블로그에 일기를 쓰면 아무래도 마음속에 있는 말을 내뱉기 쉽지 않다. 독자를 상정하고 쓰는 글이기 때문이다. 일기는 내면의 은밀한 고백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기능이 사실상 사라지니 이는 엄밀하게 일기라고도 볼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더라도 그렇게 몇 달 블로그에 일기를 올리기는 했다. 하지만 그럴 때 보면 마치 수필 속의 정제되고, 미화된 말처럼 자신을 과대포장하기 쉽다. 인간이라 하면 때론 욕도 할 수 있고, 증오의 감정도 가질 수 있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그런 것들은 다 걸러내고, 좋은 내용만 쓰려니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한다. 하긴 실제로 비공개 일기를 써도 그렇다. 혹시 언젠가 이 글이 노출될 수 있다는 가정하에 글을 쓰게 되면 아무래도 내용이 걸러진다. 일기상에서 특정인을 언급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일기를 읽게 되면 생동감이 없다. 마치 의식의 흐름처럼 사변적이고 이상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공개 일기에는 여러 종류의 일기가 있다. 생활일기, 감정일기, 미래일기, 운동일기, 영성일기 등 다양하다. 일기를 쓸 때 어떤 일기를 쓸까 미리 정하고 쓰는 것이 아니라 일기를 완성하게 되면 분류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어떤 것은 감정일기 같기도 하면서 미래일기의 형태를 띤 것도 있다. 그럴 때는 비중이 큰 것을 택해 저장을 한다. 그렇게 어떨 때는 하루에도 몇 편의 일기를 쓸 때가 있다. 일기가 잘 써진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안정되어 있다는 얘기다. 마음이 불편할 때는 쉽게 일기도 써지지 않는다. 고로 일기를 쓰고자 하는 의지를 통해 심리상태를 파악할 수도 있다.
블로그 일기가 좋은 점은 연 단위로 해당 일의 글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 이맘때 즈음에는 이런 생각을 했구나, 5년 전 생각과 지금의 생각이 일치하는구나 하며 사람의 생각이란 쉽게 변하지 않는구나 하고 되뇌어보기도 한다. 지난 일기를 다시 읽어볼 때면 느끼는 점이지만 사람의 생각은 사실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는 실제로 변화하고자 하는 노력만큼 실천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술의 변천에 따라 일기도 블로그에 올리는 시대가 되었지만 종이로 된 일기장에 볼펜으로 일기를 쓰던 때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매일 일기장을 가득 채우려고 없던 내용도 억지로 구겨 넣었던 그 시절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져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으니 말이다. 일기는 개인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때론 사회의 단면을 보여줄 때도 있다. 훗날 일기가 공개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누군가 일기를 읽어보고, 내가 살던 시절의 기억들을 상상할 수 있다면 생각의 좋은 재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일기를 쓰면 마음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고, 그렇게 쓴 일기를 읽다 보면 조금은 객관적으로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