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글감옥

조정래 / 참언론시사인

by 정작가


작가 조정래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연작이 그것이다. 때론 시대의 어둔 그늘을 지나간 적도 있지만 이념과는 먼 거리에 있는, 순수한 의지로 우리 민족의 역사를 밝히려 했던 그의 노력은 이제야 빛을 발한 것일까? 다시금 <황홀한 글감옥>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이런 그의 시대정신과도 무관하지 않다.


감옥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크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이런 감옥이 황홀한 ~감옥으로 변신한다. 거기에는 글이라는 작가의 무기와 향유의 대상이 있다.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에 갇힌다는 것은 그만큼 그에 대한 열정이 묻어난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것을 ‘황홀한 글감옥’으로 표현한 것이다. 비록 글을 쓰는 일이 작가의 일이고, 그것이 즐겨하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창작의 고통은 그 어떤 것과 비견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이 사실이다. 오죽하면 글을 써오는 동안 작가의 전유물처럼 인식되는 술 한 모금도 입에 대질 않고, 글을 쓰는 데 혼신의 전력을 기울였다고 하니 글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다시금 미루어 짐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작가의 말대로 그의 ‘자전 소설’과 같다. 수백 가지 질문 중에서 엄선된 질문을 간추려 작가의 생각을 표현한 글의 묶음인 <황홀한 글감옥>은 그래서 작가의 사상과 가치관을 제대로 응축해 낸 산물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시사인> 인턴기자 희망자들의 물음은 작가의 대하소설을 포함하여 글쓰기까지 다양한 질문으로 포진되어 있다. 이는 작가의 사회적인 위치에 대한 인식과 아울러 글을 숙명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울림은 역설적으로 작가로서의 길이 그리 순탄한 길이 아님을, 또한 작가로서의 삶이 무지갯빛 환상이 아님을 깨닫게도 해준다.


작가 조정래가 걸어온 길이 진정성 있는 작가의 길이라면 그 길을 다시 걸어가야 하는 것이 예비 작가들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 반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저 막연한 글쓰기의 가치에 진력하는 대신, 이런 가치의 양면을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이 있다면 함부로 글을 씁네 하는 어쭙잖은 자세는 곧바로 시정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쓴다고 누구나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가가 되려면 <황홀한 글감옥>에서 말하고 있는 작가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함은 분명한 사실이다. 치열한 글쓰기의 노력 없이, 글쓰기를 ‘황홀한 감옥’으로 여기지 않는 한 진정한 글쓰기의 기쁨, 작가로서의 지위는 결코 얻어질 수 없다는 사실이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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