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멜로디

이평재

by 정작가

<흙의 멜로디>를 보면 신화의 원형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의인화한 나무에서부터 붉은 점을 쥐고 태어난 아이의 일화를 보면 더욱 그렇다. 걸어 다니는 나무 ‘빠슈바’는 직접적인 주인공은 아니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나무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식물성과 동물성의 결합을 상징하는 ‘빠슈바’는 영원히 맺어질 수 없는 이질성에 대한 반란이자 새로운 종의 탄생을 예고하는 가능성에 대한 우화적인 상징체다.


‘빠슈바’를 선조로 둔 나무들은 장구한 세월을 이어오며 인간 종족들의 역사를 대면한다. ‘위협받고, 지배당하고, 뒤섞인 종족의 땅’에서 ‘사람들은 진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그저 조금이라도 더 갖기 위해 싸우고, 피를 흘린다. 천년의 세월 앞에 인간의 삶은 한순간이거늘 사람들은 도토리 키재기를 하며 서로 아웅다웅하며 아귀다툼을 벌인다. 마치 인간이 지배하는 세상이 전부인 것 같지만 자연은 그런 사람들을 아우르고 사는 거대한 어머니의 품과 같은 것. 이것이야말로 요즘 들어 인간 중심의 가치관에서 자연 중심으로 인식의 범위를 확장해 가는 생태학적인 세계관을 반영하는 작가의 예리한 시선이 묻어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 소설에서 핵심 문구를 찾으려면 그것은 바로 ‘그것은 바로 식물성과 동물성의 교접이었다’라는 대목이다. 동식물의 결합은 그 자체로서 이질성의 동질성 회복, 자아와 타자와의 만남, 그리스 신화에서 신과 인간과의 관계처럼, 이루어질 수 없으면서도 결국은 새로운 형태의 창조물을 배태시키는 자연의 신비를 연상시킨다. 그런 자연적인 힘의 원천인 흙의 재발견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사유를 향한 지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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