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무라 후미노리
이 소설의 주인공을 보면 히키고모리족이 연상된다. 외부와도 담을 쌓고 오직 자기만의 세계에 몰두해 살아가는.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 고립된 공간에서 살아가다 보면 종종 환청이나 환각, 환영에 시달리게 된다. 이 소설은 그런 주인공이 기술한 의식의 흐름을 토대로 전개된다.
강둑 아래로 내려와 콘크리트 기둥 근처에서 노숙하고 있는 주인공의 시선에 비친 세상은 실제적으로 눈으로 보이는 것도 있고, 내면의 흐름을 시각화하고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여 시선에 펼쳐지는 영상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듯이 말속에서 존재하는 진실도 찾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거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지경에 이른다면 이것은 종의 세계를 넘나드는 초인적인 경지에 이른 것인데 상식 적으로라면 그것은 환청에 불과할 터이다.
가끔씩 바퀴벌레와 혈전을 치를 때면 마치 내 느낌을 안다는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비록 미물이긴 하지만 내 정서에 반응해 눈치를 보고 때론 먼저 쏜살같이 움직이는 상황을 목도할 때도 있다. 그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의 일부이니 객관적으로 검증할 방법은 없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말과 시선 또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사실인지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거미가 말한 내용은 주인공의 인식을 전복시켜 버리기에 충분하다. 그만큼 일리도 있다. 소설 속의 ‘나’는 거미를 밟아버리지만 결코 그 목소리까지 기억 속에서 제거해 버릴 순 없다. 그 목소리는 어쩌면 내면 속의 또 다른 ‘나’의 음성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동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