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벨보다 먼저 전화기를 발명했으나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사람이 있다. 바로 필립 라이스다. 그는 0.5밀리미터 밖에 안 되는 차이로 나사를 죄이지 않아 벨에게 전화기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이라는 영예를 빼앗기고야 말았다. 이처럼 작은 실수가 엄청난 결과를 가지고 오는 사례는 주변에서도 무수히 많이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 우주개발역사에서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게된 나로호의 실패도 그런 작은 부분의 영향에 의한 것이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인적인 경우를 살펴보면 자격증의 주민등록번호가 틀려서 한때 취업을 하는데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 물론 서울과 청주를 몇 번씩 오가는 수고가 있었기에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아찔한 일이었다. 이처럼 작은 것을 소홀히 한 결과로 파장이 커지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호기심에 피우게 된 담배가 평생 골초의 길을 달리게도 할 수 있고, 우연히 알게 된 주식투자로 패가망신을 하는 경우도 있다. 기상관측한 데이터에서 유래된 나비효과라는 것이 있다. 이는 아주 미미한 영향의 차이가 아주 커다란 결과를 이끌 수 있다는 이론이다. 후에 카오스 이론이라는 과학적인 이론의 토대가 되었다고 하니 이런 나비효과 또한 과학에 큰 족적을 남긴 셈이다.
우리는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종종 작은 것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많다. 이는 작은 것이 끼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생각만 할 뿐 그것이 후일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간과한 탓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 또한 그런 속성에 대해 일침을 놓는다. 필립 라이스의 경우처럼 0.5밀리미터의 나사만 조였어도 후세에 길이 남을 전화기 발명가로서 남았겠지만 아주 작은 실수로 말미암아 그런 영예를 벨에게 넘긴 비운의 인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일상적인 습관 속에서도 오류를 발견하고, 즉시 시정하는 습관을 기르지 않는다면 커다란 불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