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랑
나폴레옹의 외무대신이던 탈레랑이 자신의 숙적인 푸셰와 손을 잡은 일화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말을 실감 나게 한다. 나폴레옹을 실각시키기 위해 푸셰와 손을 잡는 순간 탈레랑은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듯 자신의 목표를 가속화할 수 있었다. 승리를 위해서는 적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는 비정함이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외골수로 살아갈 때가 있다. 어떤 신념이 그런 상태를 만들기도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닐 때도 있다. 때론 이처럼 과감하게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적과도 동침할 수 있는 열린 마인드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첩경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은 나약하기에 곧잘 그런 가치를 저버리고, 순간적인 이익을 좇아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막상 인정하긴 싫지만 눈앞의 현실이 그러하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순수함을 잃고, 시류에 편승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탈레랑 같은 경우야 어떤 야욕이나 정치적인 목적이 있어서 그렇다지만 일상에서 이런 상황을 접하게 되면 적이 당황스러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의나 의리, 인간적인 가치를 알지만 막상 선택지가 있을 때는 자신의 이익을 좇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이 약삭빠르고 세상에 대처하는 방식처럼 호도되기도 한다. 하지만 진리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때론 적과 손을 잡는 것이 일신의 안위나 지위, 권력을 얻는 방편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이런 삶의 방정식이 언제까지 그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정치적인 사안과 일반적인 사안을 단순 비교한다는 것이 무리가 있다. 금방 먹기는 곶감이 달아도 결국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런 세상의 이치를 안다면 당장 눈앞에 이익에 일희일비하며 살아갈 이유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