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망티에
18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농학자인 파르망티에는 아메리카대륙에서 감자튀김을 맛보고 그것을 자국에 전파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아직 감자 재배가 보편화되지 않은 시절이어서 사람들은 귀신 사과라고 부르며 우려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었다. 이에 파르망티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감자 재배에 대한 예찬론을 펼쳤지만 모두들 시큰둥한 표정만 하고 관심조차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국왕을 배알 하면서 황무지에 감자를 심고, 그것을 근위대를 파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사람들은 늘 보초를 서는 호위병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야심한 시각을 틈타 너도나도 감자를 훔쳐가 심게 되었고, 감자의 재배는 삽시간에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가게 된 것이다.
우리는 막상 주어진 일인 줄 알면서도 누군가 무엇을 시키면 괜히 그것을 거부하려는 속성이 있다. 이는 자발적인 행동을 하고픈 인간의 본능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파르망티에의 경우도 정작 중요한 농작물임을 알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본체만체할 뿐 새로운 작물에 대해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다. 하지 말라면 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다. 파르망티에는 이런 심리를 이용해 본인이 의도한 대로 프랑스 전역에 감자라는 작물을 퍼트릴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파르망티에가 이런 꾀 없이 그저 무지몽매한 농민들을 설득하려 했다면 결코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때론 이런 기지가 필요하다. 내 경우를 보더라도 주어진 환경만 탓하면서 가능성을 점쳐보지도 않고, 안주한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어떤 것에 도전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분명 여러 갈래길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오로지 한두 가지 방법만을 놓고 고민하다 시도도 하지 못한 채 얼마나 많은 기회를 날렸는지 모른다. 진정으로 꿈을 이루고자 한다면, 한두 번의 시도만으로 결코 좌절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파르망티에처럼 그렇게 과감한 시도는 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주어진 조건하에서 다각도로 가능성을 점친다면 분명 문제해결의 길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