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싫어하는 벌레는

by 정작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벌레는 단언컨데, 바퀴벌레다. 바퀴벌레는 인간보다도 오랜 역사를 가지며, 핵폭발에도 건재할 수 있는 종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생명력이 강한 생물이다.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며 다양한 종으로 혐오감을 준다는 인식이 더해져 모두가 꺼려하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바퀴벌레를 식용으로도 활용하고 있다는 데 믿겨지지 않는다. 그만큼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지만 회피하고픈 벌레로 인식되는 것이 바퀴벌레다.


바퀴벌레는 그 조상들의 명성처럼 숱한 세월을 건재한 이력으로 인하여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과의 대결에서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자그마한 몸체에 날렵한 몸놀림은 어떤 종보다도 우세하다. 간혹 바퀴벌레와 대면한 적이 있는데 눈치 대결을 통해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바퀴벌레의 대응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것은 기본이고, 갑자기 각도를 바꿔 추격을 따돌린다. 종종 대결을 버리지만 검거(?) 실패율이 크다. 물론 검거되면 운명은 처참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것을 아는지 바퀴벌레는 좀더 발전된 기법으로 인간의 추격을 따돌리는 명수로 거듭난다.


바퀴벌레의 가장 혐오적인 특징은 집단적인 기민함이다. 우글거리는 바퀴벌레들의 현장을 목격하게 되면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특히 늦은 밤이나 야심한 새벽, 음습한 공간의 후미진 구석이 이 생물들의 놀이터가 되는 데 소굴을 급습하게 되면 필설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로기 상태에 빠진다.


인간과의 불편한 동거로 늘 쫓기는 운명이지만 생물학자들의 말처럼 지구에서 핵 전쟁을 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라고 한다면 그 심오한 생명력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바퀴벌레를 마냥 싫어하는 것이 혐오감에서 인식된 것이라면 그 인식을 바꾸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이런 맥락에서 다시 바퀴벌레를 바라본다면 어떨까? 물론 바퀴벌레는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며 브라보를 외칠지 모르지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