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by 정작가


좋은 디자인이란 인간에게 필요한 기능성과 심미성이라는 요소가 배합된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중에서도 기능성은 좋은 디자인의 첫 번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심미성에서 아무리 뛰어난 디자인이라고 할지라도 정작 기능성에서 그 가치를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다면 그건 죽은 디자인일 것이다. 그렇다고 기능성에만 치우친다면 디자인이라는 본연의 가치에 도달한다는 것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고로 기능성과 심미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제품을 탄생시키는 것이 디자이너의 소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측면에서 살펴보면 미국의 마이클 그레이브스라는 디자이너의 가정용품 디자인은 이런 두 가지 요소가 충족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반 가정에 디자인을 끌어들였다’는 평가를 받는 마이클 그레이브스의 디자인 제품들을 보면 제품디자인의 범위를 넘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심미적으로 뛰어난 디자인에 매료되게 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이런 물건들을 주변에서 대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디자인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단순히 예술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인간이 생활을 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다룬다는 관점에서 접근해 보면 기능성 측면에서 디자이너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디자인 자체가 실제로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편의성이다. 아무리 유려한 디자인의 제품이라고 할지라도 정작 사용하는데 불편하다면 이는 실패한 디자인이다. 그렇다고 기능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미적인 부분을 소홀히 한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일 또한 어려울 것이다. 때때로 어떤 제품을 선택할 때 디자인의 심미성은 기능성을 압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는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서 다양한 제품을 경험하게 된 소비자가 기능성 측면은 대동소이하다고 인식하고 시각적으로 끌리는 디자인을 택하는 이유가 큰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좋은 디자인의 요소가 기능성과 심미성만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누구라도 좋은 기능과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운 제품을 찾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막상 그런 조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과연 이런 디자인의 요소를 충족시키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일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면 단번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디자인이 자본주의 시대의 첨병의 역할을 하는 분야라고 할지라도 인류애 차원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디자인의 요소가 있지는 않을까? 그런 의문에서 찾게 된 디자이너가 바로 빅터 파파넥이라는 디자이너다.


빅터 파파넥은 디자인의 정신적인 가치를 부각하면서 생태적 균형을 전제로 한 디자이너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디자이너다. 그가 화산 폭발로 피해를 입은 발리섬 원주민들에게 깡통라디오를 보급해 안전을 도모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런 디자인의 발상은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디자인에 대한 심미성에 대해 일침을 놓는다. 단순히 아름다운 것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던 생각의 틀을 깨는 빅터 파파넥의 디자인은 기후 위기의 시대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디자인의 관점을 제시한다.


좋은 디자인이란 시대가 변천의 과정을 거치면서 변화되고 발전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좋은 디자인의 기준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은 그만큼 디자인이 시대를 이끄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한 때는 디자인이 기능적인 요소에만 치우친 적도 있었고, 때로는 예술적인 측면을 부각한 적도 있었다. 이제는 그런 디자인이 환경적인 측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앞으로도 좋은 디자인에 대한 기준은 점차 확장될 것이다. 그런 디자인 변천의 흐름으로 궁극적으로 인간을 위해 탄생했던 디자인이 점차 범위를 넓혀 전 지구적인 환경을 걱정하는 시점에 이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고로 좋은 디자인이란 인간에게 편의성을 증대하는 기존의 관점을 넘어서 인류라는 종을 초월한 모든 생명체와 나아가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지구라는 환경까지 파급력을 넓힐 수 있는 분야로 자리하게 될 때라야 비로소 그에 합당한 위치를 점유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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