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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시즌1) 3회

by 정작가


마루 아래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좀비가 사체를 먹는 공포의 현장 속에 잠시 피신하는 중이지만 언제 좀비가 닥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초조하게 혼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루 틈 사이로 떨어지는 선혈은 장차 다가올 위기의 시작 버튼 역할을 한다. 그렇게 동래는 산 자와 죽은 자의 쫓고 쫓기는 각축장이 되어버린다. 사람만 보면 물어뜯으려고 달려드는 좀비들은 수를 불려 산 자들을 맹목적으로 쫓아간다. 혼란상은 극에 달하고, 동래는 온통 아비규환의 지옥이 되어버린다.


좀비들의 무리를 피해 관아로 몰려든 사람들은 관헌들의 목책 바리케이드에 적잖이 당황한다. 백성들을 구해야 할 관리들이 오로지 제 무리만 살겠다고 목책을 넘으려는 백성들을 칼과 화살로 위협하며 오히려 백성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자와 무영은 이들과 대적하려 하지만 쫓아오는 좀비 떼의 거침없는 행렬에 속수무책, 달아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다. 한편, 한양의 강녕전에서는 왕의 현신인 좀비가 명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궁인이 희생양이 되어 먹이로 바쳐진다. 허수아비 같은 왕이라도 살아있어야 이를 빌미로 전권을 행사하려는 세력들에게는 권력을 연명할 수단이 생기는 법.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타인의 희생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은 권력의 비정한 속성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결국 세자는 의원의 기록을 통해 이들의 음모를 알아차리고 분개한다.


좀비들에게 빛은 독과 같은 존재다. 밤을 지새 활동하던 좀비들이 아침이 되어 빛이 비치자 혼비백산하여 어둠을 찾아 들어가는 장면은 흡사 죄지은 자들이 쥐구멍이라도 숨어들려는 모습 같다. 아침이 되어 좀비들이 자취를 감춘 뒤 상황은 제법 안정된다. 이때 무영과 관아에 등장한 세자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백성들의 안위를 살피라 관헌들에 명령한다. 세자의 카리스마가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이번 회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새로운 등장인물의 출현이다. 바로 안현 대감이다. 그의 출현은 독보적인 조학주 세력과의 한판 대결을 예고한다.


백성들을 구하고 상황을 수습하라는 세자의 명령에도 부사와 그의 수하들은 동래의 소수 양반들과 배를 타고 동래를 빠져나간다. 뱃전에서 나누는 대화를 보면 동래를 살릴 것은 양반들이라면서 힘없는 백성들을 뒤로하고 배를 타고 탈출하는 장면은 역사적으로는 흡사 임진왜란 때 도성과 백성들을 버리고 의주로 도망간 선조, 6.25 전쟁 발발 직후와 비슷한 행적을 보였던 초대 대통령의 모습과 그대로 오버랩된다. 역사는 반복되는 속성이 있다.


영화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 신은 흥미를 배가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킹덤> 또한 괴물처럼 변한 좀비들과 산 자들의 사투가 볼만하다. 좀비는 살아있는 인간을 먹어 치우는 동시에 그로 인해 세력을 확장하고, 인간들은 그런 좀비에 맞서 사투를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른다. 비극적인 것은 좀비에 물린 인간들은 곧 종을 규정할 수 없는 괴물로 변해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고, 그런 과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괴물의 속성은 흡사 자본주의라는 거대 괴물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자본의 마수에 걸려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결국은 좀비에 물린 인간처럼 자본주의 속성에 길들여질 수밖에 없는 운명. 그런 운명을 벗어난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것. 그것이 <킹덤>이 주는 이면의 메시지는 아닐까?


☞ 4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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