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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의 힘

빅토르 그리냐르

by 정작가


언제부턴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삶에서 일부만이 오류가 아니라 인생자체가 오류가 되어버린 스스로를 발견하면 과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세월이 흘러 어느 즈음인가 돌이켜 보니 삶자체가 오류였다고 할 만큼 피폐한 생활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던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여러 차례 시련의 과정을 거치고 난 후였다. 빅토르 그리냐르도 그런 느낌은 아니었을까? 부잣집에서 태어나 한량으로 살아가면서 늘 대우만 받다가 한 여인에게 프러포즈를 거절당하면서 평소와는 다른 낌새를 눈치챘을 것이다. 일종의 메타인지 작용이 일어난 것이다. 빅토르 그리냐르는 결국 잘못된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치열한 자기반성을 통해 노력한 결과 노벨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얻게되었다.


고통과 시련은 자기의 잘못을 일깨워주는 추다. 그 추가 어느 순간 기운다면 그건 분명 자신을 돌아볼 때라는 신호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신호는 많이 있었지만 막상 그것을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번번이 환경과 세상 탓을 하며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토록 통렬한 반성문을 쓰고 개과천선할 수 있었던 것은 그렇게 무너지는 자신을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량인 빅토르 그리냐르 또한 성대한 파티에서 한 여인에게 수모 아닌 수모를 겪고 심기일전하여 다시 일어서게 된 것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힘을 제대로 수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잘못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잘못을 대하는 태도다. 반성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실에만 연연하며 허송세월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깨달음을 얻게 된 빅토르 그리냐르는 여인에게 프러포즈를 거절당한 사건을 계기로 자기를 냉정하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다. 반성은 운명조차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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