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웨슨
미국의 화가 유진 웨슨은 젊은 시절 디자인을 팔러 다녔다. 주로 스타일리스트와 직물업자였다. 그런 그가 유독 한 유명한 스타일리스트에게는 디자인 작품을 팔 수 없었다. 3년 동안,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매주 방문했는데도 그런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마치 벽창호에게 말을 거는데도 대답이 없는 것처럼 답답한 마음은 하늘을 찔렀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는 과연 그다음 어떤 전략을 취해 대가에게 다가갈 수 있었을까? 그는 단지 디자인의 판매자로서가 아니라 대가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방식으로 그에게 접근했다. 일종의 ‘내려놓음’ 전략이었다. 도대체 자신의 작품이 어떻길래 거들떠보지도 않느냐고 따지는 대신에 ‘어떻게 해야 이 디자인을 완성시킬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던지고 도움을 청한 것이다. 스타일리스트는 마음이 동한 듯 며칠 후에 맡긴 디자인 스케치를 찾아가라는 언질을 주었고, 유진 웨슨은 그의 아이디어에 따라 스케치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렇게 완성된 디자인은 결국 유명한 스타일리스트에게 모두 팔렸다.
이 예화를 보면, 유진 웨슨이 3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스타일리스트에게 접근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스타일리스트가 시큰둥했던 것은 뭔가 디자인에 큰 변화가 없었고, 만족스럽지 못했던 이유가 크다. 유진 웨슨은 그제야 전략의 부재를 눈치챘고, 대가의 도움을 청하는 방식으로 디자인 스케치를 보완하여 그 당사자에게 판매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이다.
이 말은 생각과 행동의 변화도 없이 결과가 바뀌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꼬집은 말이다. 유진 웨슨 또한 디자인 판매를 위해 꾸준히 스타일리스트를 방문했지만 생각과 행동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문득 자신이 깨달음을 얻게 되었고, 과감하게 대가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방식으로 답보상태였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쉽지 않다. 흔히들 주변 환경과 남탓을 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작 자신에게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인정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인간의 심리다. 하지만 잠시 생각을 바꿔 문제의 본질을 직시한다면 풀리지 않던 문제도 곧잘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유진 웨슨의 사례처럼 무작정 꾸준히 도전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때로는 관점을 바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이 젊은 화가는 결국 그런 접근을 통해 디자인에 대한 가르침도 얻었고, 제품도 판매할 수 있었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이렇듯 사고의 전환은 예기치 않은 기적을 불러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