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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게 작별하다

하이든

by 정작가


만남은 필연적으로 이별을 동반한다. 인간관계가 이별을 계기로 악화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그런 과정을 제대로 예비하지 못했던 이유가 크다. 그런 측면에서 하이든이 공작과 의미 있는 작별을 한 예화는 우리에게 남다른 시사점을 안겨준다. 하이든은 '교향곡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다.


하이든은 헝가리 에스테르하지 공작의 후원 아래 있었다. 그가 궁정악단 악장을 맡았을 때였다. 하루는 공작이 느닷없이 궁정악단을 해산시킨다는 통보를 해온 것이다. 악단의 해산은 단원들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니 모두들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공작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한 번 결정한 것은 절대로 번복하지 않는’ 그의 성격을 모두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이든은 이런 상황이 참 난감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도 하이든은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그가 찾아낸 묘안은 따로 있었다. 공작에게 마지막으로 특별 공연을 선사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기 위한 계획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완성된 음악이 바로 ‘고별교향곡’이다.


드디어 연주의 시간이 다가왔다. 공작과 쌓은 정을 생각해서 하이든과 악사들은 최선을 다해 연주를 했다. 곡은 처음에는 경쾌하고 아름다운 선율이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약간은 침울한 분위기를 풍겼다. 음악은 슬픈 선율을 이어갔고, 한 악사가 연주를 멈추고 공작에게 인사를 하고 퇴장했다. 우아한 작별의 의식이었다. 그렇게 하나, 둘 악사들은 자리를 떴고 연주를 하던 홀에는 하이든만 혼자 남게 되었다. 적막한 공간에서 공작은 자초지종을 물었다. 하이든은 답했다.


“저희 악사들이 공작님께 드리는 마지막 작별 인사입니다.”


이 말에 공작은 결국 마음이 흔들렸고, 다시금 자기의 결정을 번복했다. 그로 인해 악사들은 다시금 궁정에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음악의 힘은 위대하다. 하이든 또한 그런 힘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악사들과 함께 고별교향곡을 연주한 것은 모험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그들은 생계 현장에 머무를 수 있었다. 만약에 이들이 악단의 해산을 결정한 공작에게 원망의 마음을 품었다면 그들의 관계는 영영 회복되지 못했을 것이다. 당연히 다시 음악을 연주하게 될 일도 없었을 테고 말이다. 하이든은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그런 희망 속에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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