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러
실러가 괴테와 함께 독일 고전주의 문학의 거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자기가 처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원하는 길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젊은 시절에 군의관으로 복무하면서 희곡을 썼던 이유도 미래에는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로서의 기질이 있었던 그에게 군대는 감옥과 다를 바 없는 곳이었다. 그 속에서 오히려 실러는 더욱 작가로서 성장하고자 하는 열망을 키웠고, 과감하게 그곳을 뛰쳐나왔다. 그로서는 안정된 직장에서 벗어나 헐벗고 굶주린 생활을 감안한 선택이었기에 위험한 선택일 수도 있었다. 그런 선택은 결국 빛을 발했고, 위대한 희곡을 탄생시킨 실러는 독일 문화의 거장으로 추앙받을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먹고 살아가기 위해 자기가 원하는 일만 하면서 살아갈 순 없다. 특히 실러처럼 글을 쓰는 작가로서 살아가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렇다고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 또한 고역일 수밖에 없다. 실러 또한 군복무를 하면서 자기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해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니 처녀작인 희곡 『군도』가 무대에서 상연될 때도 군의관 신분이었기에 자기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고 일반 관객들과 함께 숨죽이듯 공연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필자 또한 작가의 길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현실 상황에서 글로만 먹고살 수 없음을 알기에 아직 직장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틈틈이 글을 쓰는 것에 만족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15년 동안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수많은 일기를 써왔던 것도 작가로서의 열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언제 전업 작가가 되어 글만 쓰고 살아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날이 올 때까지 꾸준히 필력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실러처럼 운명을 바꾸기 위해 아직 과감한 선택을 할 용기는 없지만 그래도 꾸준히 작가 코스프레를 하며 글을 쓰다 보면 실제로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장의 말미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재능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만약 현재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업에서 재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다면, 자신에게 더욱 적합한 직업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누구든지 자기 원하는 일을 하며 먹고 살길 바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러 또한 작가로서의 열망은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뒤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과감히 자기가 원하는 길을 택했고, 그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실러가 살았던 시절만 해도 자본주의 사회는 아니라서 부의 양극화가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겠지만 그 시절에 작가로 살아간다는 일 또한 결코 녹록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대를 뛰어넘어 보면, 자기 운명을 개척하려는 자에게는 위험을 감수했던 용기가 반드시 뒤따랐다. 실러가 그런 용기를 가지고 모험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문학사에 길이 남는 위대한 문학가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도전했고, 자기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유한한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건 철저히 개인의 책임이다. 안정된 생활을 누리면서 살아가던지, 조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길을 걸어가든지 정답은 없다. 이런 사례를 통해 얻게 되는 교훈은, 그래도 자기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비록 실패를 감수하더라도 도전을 하는 자에게 기회와 행운이 주어진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