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는 이 장의 도입부터 현대 사회에서 거짓 예술품의 제작을 조장하는 세 가지 조건을 밝힌다. 막대한 보수와 거기에 따라 확립된 예술가의 직업성, 예술 비평, 예술 학교가 그것이다. 예술가들의 보수는 통상 천문학적으로 높은 수치를 자랑하지만 평균적인 차원에서는 오히려 일반적으로 먹고살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톨스토이 당대의 예술가들은 지금처럼 그 수도 한정되었고, 지원 루트도 있었기에 지금 현실과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여기에 예술가의 직업성을 조건에 넣은 것은 특이할 만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장에서도 여전히 톨스토이는 민중 예술과 부유 계급층의 예술을 나눈다. 오직 종교적 예술만이 장려되던 시절에는 예술의 위조 따위는 없다고 밝히면서, 쾌감을 주는 변질된 부유층 예술이 다른 사업보다도 많은 보수를 받게 된다고 일갈한다. 이런 예술의 직업성으로 애초에 추구해 왔던 본질적인 예술의 성실성은 파괴되고, 모조한 거짓 예술이 보급되기 위한 조건이 되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당시에 벌써 예술가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예술 비평에 대한 톨스토이의 견해는 더욱 비판적이다. ‘마음이 부패하고 자만심이 강한 사람들이 비평을 한다’ 고도하고, ‘예술 작품을 말로 설명한다는 것은 그 설명자가 예술에 감염할 능력이 없음을 보여주는데 지나지 않는다’ 고도 비난한다.
예술 비평이라는 것은, 예술이 둘로 나누어지지 않고 따라서 전 민중의 종교적 세계관에 의해서 평가되던 사회에는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존재할 턱도 없었다. 지금도 존재하고 있을 이유는 없다.
이런 원색적인 비난은 상대적으로 민중 예술이 진정한 예술의 반열에 이르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민중 예술이 부유층 예술과 대비되며 톨스토이로부터 인정을 받은 이유는 ‘의심할 여지없는 내적 표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내적 표준을 톨스토이는 ‘종교적 자각’이라고 표현한다. 고로 러시아 정교회의 영향을 받았던 종교인으로서 그의 예술관은 종교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톨스토이의 비판은 당대의 변질된 예술 생태계로만 끝나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의 작가인 소포클레스, 유리피데스, 이스킬로스를 비롯하여 아리스토파네스, 단테, 셰익스피어와 같은 작가의 작품들을 ‘조잡하고 미개하고’,‘무의미한’ 것으로 평가절하한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은 우스꽝스러운 작품으로 폄하되기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한 음악가나 문학가들 또한 ‘어중이떠중이’,‘모방자를 다시 모방한 작가들’로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베토벤 작품에 대한 비평의 태도를 비판하는 부분에서는 지면을 상당 부분 할애하여 그 무가치성을 설파하기도 한다. 톨스토이의 이런 예술 비평에 대한 비판적 견해는 우리가 대부분 알고 있던 예술의 거장들을 평가절하한다는 차원에서 기존의 관점을 완전히 해체한다고 봐도 좋을 만큼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톨스토이의 견해는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던 유명 예술가들의 가치를 주입식 교육 등을 통해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폐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톨스토이가 세 번째 비판의 메스를 들이댔던 것은 ‘예술을 가르치는 학교’다. 그에 따르면, ‘예술이란 예술가가 체험한 특수한 감정을 타인에게 전하는 일’로 이를 학교에서 가르쳐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오히려 그런 예술 교육이 ‘진정한 예술을 이해하는 능력’을 빼앗는다고 일침을 놓기도 한다. 또한 톨스토이는 언어, 회화, 연극, 음악 분야 등에 대한 예술 교육이 주는 폐해를 진단하고, 이런 직업학교가 만들어내는 것은 ‘예술의 위선(僞善)’이라고 일갈하기도 한다.
앞에서 지적한 세 가지 조건 - 예술가의 직업화, 예술 비평 및 예술 학교 - 이야말로 현대인들로 하여금 예술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게 만들어, 조잡한 모조품을 예술로 착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런 비판적인 결론에 이르는 것은 톨스토이가 기존에 생각했던 예술이 종교성에서 탈피하여 누구나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시대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톨스토이의 이런 태도는 민중 예술을 진정한 예술로 평가하고 있는 관점과 다소 모순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어서 약간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