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이식 세번의 실패 후 자궁경, 자궁내시경을 했다

난임 일기

by 라즈베리

위 내시경 , 대장 내시경은 수없이 들어봤어도 자궁내시경은 이 난임의 세계에 들어와서 처음 들었다. 시험관 초보였던 시절에는 자궁내시경은 고차수 선배님들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어느새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이번 이식 전에 자궁내시경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셨다. 나 또한 여러 번의 실패를 거치고 나니 이제는 자궁경을 해야 하는 순서까지 오고야 말았다.


자궁 내시경은 자궁 안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내막에 자극을 주어서 그다음에 착상이 잘되게 하는 효과가 있는 시술이라고 한다. 세 번의 실패 후에도 아직 새롭게 해 수 있는 것이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이거까지 했는데 실패하면 어쩌지 라는 두려움이 나를 휘감았다.


자궁 내시경은 생리 시작 7일에서 10일 사이에 시술을 진행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달에는 이식이 불가하여 한 달을 자궁 내시경에만 시간을 쏟아야 한다. 이제는 미뤄지는 이식이 아쉽기보다는 한 번을 이식하더라도 임신으로 끝까지 유지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리 시작 2일째에 진료를 보고 자궁경 시술 날짜를 잡고 병원을 나왔다.




"그래 해보는데 까지 해봐야지! 자궁내시경 하면 분명 좋은 소식이 올 거야!"



병원 문 밖으로 나와 내리쬐는 햇살에 나의 부정적인 마음, 두려운 마음이 녹아내리길 바라며 지하철역 3 정거장 되는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때마침 직장인들의 점심시간과 맞물려 같은 길을 걸으며 그들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그거 어려울 텐데 잘할 수 있어?" "저도 걱정이긴 한데 뭐 잘 되겠죠" 직급 어린 후배가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나 보다. 나도 직장에 다니며 이런 난임 세계가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의 내 모습이 그립기도 했고, 그 당시의 나를 만난다면 결혼 전에 산부인과에 가서 난임 검사를 받아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근데 아마 젊은 시절의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고 해도 뭔 상관이래? 하고 한 귀로 듣고 흘렸을 것 같긴 하다.


자궁경의 준비는 간단했다. 전날 밤 12시부터 시술을 위해 물 포함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 준비의 전부였다. 나의 시술 시간은 오전 11시. 밤 12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아무것도 먹고 마시면 안 된다고 하니 괜스레 목이 마를까 싶어 금식 시작 30분 전에 500m 생수통을 한숨에 비워냈다.


시술 당일날 병원 수술 대기실에 도착 완료 버튼을 누르고 내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린다. "성함 하고 생년월일 말씀해주세요" "금식 잘하고 오셨죠?"라는 물음에 대답을 하고 나면 내 양쪽 손목에는 분홍색깔 팔찌가 채워진다. 옛날에 놀이공원 가면 채워주던 그런 팔찌다. 내 이름과 생년월일, 환자 등록번호 그리고 담당 교수님의 이름이 적혀있다. 그리고 조금의 대기 시간이 흐른 후에 자동문 너머에 있는 진짜 수술 대기실로 들어간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수술실용 모자를 쓰고 소변을 한번 더 비운 뒤에 수술 대기실로 들어가면 간호사 선생님께서 수액을 맞춰주신다. 다시 한번 금식을 체크하고 알레르기나 복용하고 있는 약을 확인한 후에 체온을 쟀다. 수액을 맞으며 대기실에서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 티브이를 보며 내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린다. 이 수술 대기실에는 채취 환자, 이식 환자, 나와 같은 자궁경 환자, 그리고 소파술 환자 등 수술대를 거쳐야 하는 모든 이가 함께 대기를 한다. 나 또한 이 공간에 채취 환자로서, 이식 환자로서, 소파술 환자로서, 그리고 자궁경 환자로서 왔었다. 눈은 티브이를 보고 있지만 마음속 깊이 부디 이곳에 다음 이식 때 한번 오고 성공해서 다시는 오지 않게 해 주세요 그리고 이 공간에 있는 모든 분들에게 아가를 보내주세요.라고 간절히 기도를 했다.


수술실로 연결된 자동문이 열리며 간호사 선생님께서 내 이름을 호명하셨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수액을 들어주시고 수술 방으로 안내를 해주셨다. 지나가며 보이는 모든 공간이 낯설고 두렵고 무섭다. 시선을 너무 돌리지 않으려고 애쓰며 나의 수술방으로 들어왔다. 밝디 밝은 공간에 오늘 수술을 담당해주실 간호사 선생님과 마취과 선생님께서 와계신다. 다리는 여기 여기에 놓으시고 조금만 아래로 내려오시겠어요~? 팔은 양쪽으로 편안하게 놓아주세면 됩니다. 차갑고 무서운 공간과 다르게 간호사 선생님들은 너무도 친절하시다. 준비가 다 되면 나를 담당해주시는 의사 선생님께서 수술방으로 들어오신다. "잘 계셨죠~? 오늘 자궁경 잘 해드릴게요!" 늘 진료실에서 뵙던 의사 선생님 두배로 반갑다. 이 수술방에서 유일하게 아는 얼굴이라 선생님의 얼굴을 보자마자 안도감이 든다. 항상 응원해주는 교수님이 항상 너무도 고맙다. "잘 부탁드려요"


마취과 선생님께서 "이제 마취약이 들어갈 거예요"라고 말씀하셨다. 마취약이 들어온다는데 아직 나는 멀쩡하다. 아! 내가 잠들기 전에 수술이 시작되면 어쩌지?


3일을 푹 잔 듯이 눈이 떠진다. 아! 마취는 수술 시작 전에 잘됐나 보다. 마취가 늦게 되면 어쩌지 하던 그 순간이 생각나서 웃음도 나고 안도감도 든다. 자궁경은 안 아팠다는 사람도 있고 아팠다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눈을 뜨고 나니 아랫배가 극심한 생리통이 있는 날처럼 아팠다. 마취가 깨고 몇 분 지나니 간호사 선생님께서 아픈 곳은 없는지 체크해주시고 시술 부위에 거즈를 제거해주시러 오셨다. 거즈를 제거하고 나니 통증이 점점 사라졌다. 자궁에 유착된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을 제거했고 일부 조직을 떼어서 검사를 맡겼다고 한다. 시술의 결과는 2주 후에 진료실에서 들을 수 있으며 그때 내시경 사진들도 볼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약국에서 일주일치 항생제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이 후련했다. 배아 이식을 위한 큰 준비는 다 끝났다. 이제 다음 이식까지 건강한 음식 챙겨 먹고 영양제도 열심히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겠다. 나의 난임 여정이 너무 길어지지 않기를... 겨우 회복된 마음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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