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일기
자궁경을 한 후에 다음 생리 때까지 운동을 열심히 해보고 싶었다. 자궁경을 하지 않았다면 2-3주 후에 생리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해 볼 생각을 못했겠지만 보통 자궁경을 하고 나서는 생리가 일주일 정도 밀린다고 하는 이야기가 많아서 조금 시간적 그리고 심적 여유를 가지고 평소에 하지 않는 새로운 운동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요새 남편은 테니스에 빠져있다. 남편은 어린 시절 배웠던 기억을 되살려 혼자 테니스 연습을 하더니 어느새 동호회에 들어가서 규칙적으로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다. 테니스는 둘이 하는 운동이라 나도 함께 배웠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길래 며칠은 남편과 함께 공터에 나가서 연습을 했다. 배드민턴과 별다를 바가 없겠지라고 생각하고 채를 잡았으나.... 완전한 실수였다. 테니스는 배드민턴처럼 그냥 자유롭게 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라 폼도 중요했고 여러 가지로 초보자의 눈에는 장벽이 매우 높은 운동 같았다. "채의 머리를 낮춰라. 끝까지 팔을 놓지 말아라." 와 같은 남편의 코칭이 짜증이 나기도 했다. 여기서 포기를 했어야 했는데 한 번 두 번 공이 왔다 갔다 할 때는 스트레스가 조금씩 풀려... 그만 테니스 레슨에 등록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가장 큰 실수가 되었다.
우리 동네에 초보자를 대상으로 하는 테니스 코스 모집이 있길래 냉큼 등록을 했다. 코치 한 명과 10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클래스였다. 다 나처럼 나이가 있고 테니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라서 마음은 편했다. 공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고 어느 정도 몸을 풀면 포핸드의 기본 적인 폼을 가르쳐 준 후에 둘이 짝지어서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초보자 둘이 공을 주고받으려니 한 사람이 치면 마주 보는 사람은 그 공을 주우러 가기 바쁘고 또 겨우 한번 치면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다시 공을 주우러 달려 나가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한 시간을 연습하고 (아니 공을 줍고) 집에 오니 땀이 뻘뻘 났다. 평소 조깅이나 홈트레이닝을 할 때보다 더 땀이 많이 나서 아! 이거다! 계속 열심히 해야지 라는 다짐과 함께 잠이 들었다.
하지만 그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내려올 때 발목이 이상했다. 걸음을 걷는데 발목이 멍이 든 거처럼 욱신욱신 아팠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니 당장 한의원에 달려가고 싶을 만큼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평소에 조깅과 홈트레이닝을 자주 해서 운동 부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쓰는 근육이 달라서였을까? 발목은 며칠이 지나 아픔이 사라졌지만 허리의 통증은 엉덩이로까지 내려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걸을 때 그 작은 움직임에도 엉덩이 쪽 부위가 아파서 쩔뚝이기 시작하고 재채기를 할 때면 재채기에 모든 근육들의 통증이 반응하여 눈물이 핑 돌고 그 후에는 누워서 허리가 진정되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맙소사...
하필 이 순간... 기다리면 오지 않고 오지 않길 기다리면 제때 찾아오는 생리가 찾아왔다. 말도 안 돼... 정형외과를 가려는 순간에 생리라니 ㅠㅠ 정말 울고 싶었다. 어떻게 기다린 이식 주기인데 걸음을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아프다니! 일단 난임 병원으로 향했다. 초음파를 보기 위해 옷을 갈아입는데 그 찬라의 외발 집기가 되지 않아서 잡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잡고 겨우 옷을 갈아입었다. 접수대에서 진료실까지 걸어가는데도 쩔뚝 절뚝 한발 내딛기가 쉽지 않았다. 난임 병원 선생님은 지난달 자궁경 결과를 설명해주시고 이번 달부터 동결 이식을 위한 준비를 하자며 프로기노바를 처방해주셨다. 아무렇지 않은 듯 진료를 보고 나왔지만 나의 모든 신경은 허리와 다리로만 가있었다. 그리고 바로 정형외과로 달려갔다. 엑스레이를 팡팡 3-4장을 찍었다.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은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시며 아픈 근육을 찾기 위해 허리 이곳저곳과 엉덩이 근육 이곳 저곳을 눌러보시고 다리를 하늘로 들었다가 뚝 떨어트렸다. "아!!!! 너무 아파요 ㅠㅠㅠㅠ" 허리가 두동강이 날 것 같았다. 이게 그냥 하루 이틀 참고 집에서 찜질한다고 사라질 아픔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치료부위를 찾아내신 쌤이 엉덩이 쪽의 근육에 포도당 주사를 놔서 근육을 이완시켜보자고 하셨다. 10cm 주사 바늘로 근육의 여러 군데에 주사를 놓으셨다. 난임 환자로서 세상에 맞을 수 있는 주사의 모든 종류를 섭렵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주사는 어나더 레벨로 아팠다. 어떤 부분에 주사액이 들어갈 땐 다리가 움찔움찔 저절로 움직이고 눈물이 핑핑 돌았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접수대로 오니 처방전과 함께 두 가지 주사 이름을 적어주셨다. 다음 진료에 쓸 약인데 산부인과에 다니고 있다고 하니 처방을 내려도 될지 산부인과에 문의해보고 오라고 하셨다. 휴 이제 고지가 코앞인데 산 넘어 산이다.
병원을 나오는데 두발로 온전하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테니스 배우기 전의 나의 모습이 너무 그리웠다. 걱정거리를 하나 더 안고 보니 예전에 이런 걱정 없이 병원 다녔던 나의 모습을 생각하며 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서러웠다. 왜 하필 테니스를 한다고 해서! 다시는 테니스 채에 손도 대지 않을 거야!! 몹시 화가 났지만 누구에게도 화풀이를 할 수 없다. 그저 자책하고 자책하는 수밖에... 오늘 맞은 이 아픈 주사가 나의 허리 통증을 싹 사라지게 해 줬으면 좋겠다. 더 큰 걱정거리가 눈앞에 있으니 이식에 대한 걱정을 할 틈이 없다. 어쨌든 나는 오늘부터 프로기노바를 먹고 이식을 준비하며 동시에 정형외과를 다니게 되었다. 제발 다리야 허리야 얼른 나아주렴. 간절하게 나의 보통의 나날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