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이력서 - 시험관 시술 동결 2차

난임 일기

by 라즈베리

너무도 기대했던 동결 1차를 처절하게 실패하고 동결 2차에 들어갔다.


그 사이 나는 잠시 독일에 다녀왔고 누가 툭 치기라도 하면 눈물이 줄줄 나는 시기를 보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라 독일 한인 교회의 모든 모임이 줌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날은 결혼한 커플들이 모여 한 달간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을 나누고 기도제목도 나누는 시간이었다. 나보다 10살은 어린 부부가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저희 임신했어요! 출산 예정일은 2월 28일이래요!"


다 극복한 줄 알았지만 나는 거기서 또 무너졌다. 동결 1차 임신확인서에 나온 나의 출산 예정일도 2월 28일이었기 때문이다. "축하해요!"라는 말을 하고 전화가 온 척을 했다. 귀에 전화기를 가져다 대고 화면 바깥으로 나온 나는 방으로 들어가서 펑펑 울었다. 그때 출혈이 잡히기만 했다면 나 또한 오늘 임신 소식을 전할 수 있었을 텐데.... 하필 출산 예정일도 같아서 더 내 마음은 무너져 내렸다.


마음을 어느 정도 추스르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올해만 자가격리를 두 번 했으니 12개월 중 한 달을 격리로 날려버린 셈이다. 답답한 마음이 앞서고 2주간 자가격리가 너무 고됐지만 이렇게 하면 또 한국에서의 자유가 주어지니 꾹 참고 견딜만했다. 이번에는 동결 이식 자연주기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동결된 배아를 이식하는 방법은 인공 주기와 자연주기가 있다. 인공 주기는 프로기노바라는 약으로 배란을 막으면서 자궁내막만 키우게 된다. 이식 날자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고 내막이 충분히 준비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이식을 할 수 있다. 자연주기는 나의 자연적인 배란을 기다려서 이식을 준비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배란이 임박하면 정확한 배란 날짜를 알기 위해 병원을 좀 더 자주 가고 이식 날짜를 조정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몸에서 자연적으로 호르몬이 뒷받침된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번 이식에서 출혈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나는 이번에는 몸에서 자연적으로 호르몬이 나와서 출혈을 방지할 수 있도록 자연주기를 해보기로 했다.


자연주기 이식을 위해 생리 시작 9일 만에 처음 병원으로 갔다. 난포 크기와 내막 크기를 재고 이틀 뒤에 다시 오라는 처방을 받았다. 그리고 이틀 뒤에 갔다. 난포는 잘 크고 있는데 내막이 많이 두껍지 않아서 에스트라디올 데포 주사를 처방받았다. 그리고 이틀 뒤에 오라고 했다. 이틀 뒤에 갔더니 내막도 이식하기 좋게 자라 있고 난포도 터지기 직전이었다. 난포 터지는 주사를 맞고 이틀 뒤에 또 확인을 하러 갔다. 난포가 완전히 터진 것을 확인한 후에 프롤루텍스 주사를 한 뭉치 받아왔다. 이제 시작이다. 프로게스테론을 처음 주입한 날을 0일로 치고 0일 1일 2일 이렇게 해서 5일째 되는 날에 이식을 하게 된다.


이식 날 지하철을 타고 홀로 갔다. 이번 이식에선 좋은 결과 있게 해 주세요!! 이번 이식에는 물을 너무 오버해서 마셔서 그런지 이식 전에 화장실을 한번 가고 이식 후에 바로 또 화장실을 갔다. 조금 참을걸 그랬나 ㅠㅠ 화장실에 내 배아가 떨어진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그리고 9일 후 진료까지 긴긴 시간이 시작되었다.


시험관을 하면서 가장 힘든 시간은 기다림의 시간이다. 과배란 후 동결배아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그리고 이식한 후에 두줄이 나오길 기다리는 시간... 정말 인내심 테스트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동네를 한바퀴 돌아도 아직 점심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달력을 봐도 남은 날짜가 지나간 날짜보다 훨씬 많았다. 쿠팡에 들어가서 임테기를 주문할지 말지 고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에라이 모르겠다! 하고 임테기 주문을 완료했다. 내일이 임테기가 오면 두줄을 볼 수 있을까? ㅠㅠ 임테기를 일찍 하지 말라는 조언도 많지만 나는 이러나저러나 나온 결과 미리 아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싶어서 임테기의 노예가 되기를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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