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시술 신선 3차 - 첫 신선이식

난임일기

by 라즈베리

여태까지 진행된 이식은 냉동으로 4번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신선이식을 할 예정이다. 그래서 마음이 설레기도 하지만 오늘 유독 들뜨는 이유는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남편과 함께 이식을 위해 병원에 가는 역사적인 날이기 때문이다. 매번 버스와 지하철을 한 시간씩 타고 가서 혼자 이식을 하고 돌아왔지만 오늘은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편하게 이동하기로 했다. 이렇게 모든 게 완벽히 준비된 날임에도 마음이 분주하고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식날은 금식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아침이 잘 넘어가지 않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시술실 앞에서 내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며 그 사이를 틈타서 기도를 했다.


"하나님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해본 것 같아요. 수많은 실패를 거치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것도 뭔지 알 것 같아요. 제발 오늘 이식에 예쁜 아기를 저희에게 선물해 주세요."


이식은 느낌도 없이 잘 끝났다. 나는 반착검사에서 nk셀 수치가 정상 수치보다 아주 조금 높게 나와 이식 후에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맞기로 했다. 이식 후 회복실로 돌아와 한 시간쯤 누워 면역 글로불린 주사를 다 맞고 나와보니 병원이 고요하다. 알고 보니 오늘 병원진료시간이 이미 다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주사가 끝나가길 기다려주신 것이다. 아이코 죄송해라... 간호사 선생님께 "저 때문에 오늘 늦게 퇴근하게 되셔서 너무 죄송해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아니에요! 오늘 이식 잘 되셔서 좋은 소식 있으시면 저희가 더 좋죠~"라고 말씀하신다. 간호사 선생님의 따뜻한 말씀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병원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편도 오랜 기다림에 지친 기색이 보이지만 내 얼굴을 보자마자 활짝 웃어줬다. "오빠 오래 기다렸지~~" "아냐 이식하고 나오는 자기가 더 고생했지"


난임 시술을 하면서 싸우는 날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고생이 무게를 견디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서로를 보면 짠한 마음이 앞선다. 일 년 반이 넘는 난임기간을 거치는 동안 우리는 그전보다 더욱 깊어지고 끈끈해진 관계로 거듭났다.


이식한 날은 왠지 더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만 할 것 같다.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삼계탕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한국에 와서 먹은 음식 중에 삼계탕이 제일 맛있다는 남편. 각종 한약재가 들어간 뽀얗고 찐득한 국물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한다. 나도 한 그릇 뚝딱 맛있게 먹고 집에 와서 낮잠을 청했다. 태몽이라도 꾸면 좋으련만 긴장이 풀어져 그런지 그저 깊은 잠을 잤다.


이식 후에는 만보 건기를 중단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평상시에 하던 모든 것들을 해도 된다고 하지만 남편은 마치 내가 이식한 날부터 임신이라도 한 것처럼 진짜로 무리를 하지 못하게 했다. 진짜 임신이라면 이 모든 상황을 즐길 텐데 피검사 까지는 마음 불편한 임산부도 아닌 비 임산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어정쩡하게 일상을 보내게 되었다.


남편은 길게 휴가를 낼 수 없어 이식 5일 후에 다시 독일로 돌아가기로 했다. 남편의 귀국을 생각하면 벌써 마음이 휑한 느낌이다. 만약에 임신이 된다면 한두 달 뒤에 다시 나를 데리러 한국으로 올 예정이지만 임신이 안되면 몇 주 뒤에 내가 독일로 돌아갔다 오려고 한다. 남편을 배웅하려 인천 공항까지 나가고 싶었지만 남편도, 그리고 친정 식구들도 몸조심의 명목하에 내가 공항에 나가길 원하지 않았다. 이것이 이식 후 어정쩡한 삶의 일부이다. 남편이 돌아가는 날 집 앞 배웅을 마친 후 고요한 집에 홀로 누워 있으니 또 테스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번에는 피검사까지 테스트를 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그 유혹을 떨쳐낼 수 없었다.


"오빠 공항 도착했어?

나 테스트 해 봤어

근데 이번에도 안 됐나 봐

며칠 후에 독일에서 보자~"



"어이구 테스트하지 말라니까!

아직 너무 일러 나 이제 공항 도착했어"


먼 길 가는 남편에게 괜히 힘 빠진 소리를 한건 아닌가 후회가 되었지만 그래도 이걸 남편 아니면 누구에게 터놓겠는가... 아니면 곧 다시 독일로 돌아가서 남편과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좋고 혹시나 두줄로 변하면 더더욱 좋고!! 오늘은 오랜만에 tv 예능 좀 보며 휴식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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