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병원 졸업식

난임일기

by 라즈베리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난임병원을 입학한 적은 없지만 오늘은 난임 병원 졸업날이다. 동결 4차, 신선 3차를 거친 오늘이 오면 무지하게 행복할 줄 알았다. 동네방네 뛰어다니면서 소리를 지를 줄 알았다. 하지만 그동안 마음고생으로 뛰어다닐 힘도 소리를 지를 목소리도 남지 않았다. 평소와 같이 병원을 갔고 또 평소처럼 대기시간 내내 진료실 앞에서 기도를 드린다.


"하나님 이곳에 온 모든 난임 부부에게 아기를 선물해 주세요. 지치지 않는 힘을 주세요. 오늘 근무하시는 선생님께 최상의 컨디션을 주세요. 이 병원 근무하는 모든 분들의 건강을 지켜주세요."


남편이 떠나던 날엔 한줄이던 임테기가 그 다음날부터 옅은 두줄을 띄더니 피검에서 400이라는 수치를 맞이하며 임신이 확정되었다. 그토로 기다린 아가가 나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마음 졸이며 5주 6주 7주를 지나고 이제 11주를 맞이하여 오늘 졸업을 하기로 했다.


입덧으로 미식 거림이 있어서 얼른 사탕을 하나 까먹었다. 졸업식날엔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지난 일 년 반동안 누구보다 의지했던 선생님. 진료실에서 눈물을 펑펑 흘릴 때마다 용기를 주시고 항상 새로운 방법으로 나를 이끌어 주셔서 그런지 선생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이 너무너무 컸다. 그리고 항상 친절하게 맞이해 주셨던 간호사 선생님들... 이토록 따뜻한 사람들이 가득한 병원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선생님께 졸업 선물로 뭘 드릴까 고민하다가 남편에게 부탁해서 독일에서 와인을 한병 준비해 왔다. 병원이라는 곳에서 술을 건네기가 조금 민망했지만 선생님이 퇴근 후에 와인 한잔 하시며 근무 중에 받으셨던 모든 피로를 쭉 풀 수 있는 저녁을 보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해 봤다.


진료실에서 꼬물거리는 아가의 초음파를 보고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마지막으로 수납을 끝으로 병원문을 나섰다. 이 졸업까지 1년 반이란 시간이 꼬박 걸렸다. 이렇게 긴 터널이 될 줄 모르고 찾아왔던 난임병원.

난임을 겪으며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그 상처로 인해 세상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자세를 배웠다. 이제 임산부의 길을 걸으며 또 다른 세상을 맛볼 순서다. 난임을 겪고 있는 분들이 내 글을 읽는다면 꼭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지쳐 떨어질 때까지 도전하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너무도 잘하고 계신 거라고 응원하며 주변에 상처되는 말에는 귀 닫고 보고 싶은 거 듣고 싶은 말만 들어도 된다고 토닥여드리고 싶다. 난임인 친구분이나 가족이 있다면 최대한 말은 아끼고 그 마음 담아서 응원의 기프티콘을 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하하.


임신을 공개하며 주변 분들께 시험관을 밝힐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숨기고 싶지는 않았지만 구태여 소문의 여지를 주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수많은 난임일기를 읽고 용기를 얻었듯이 내 경험이 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용기 내어 이렇게 기록을 남겨보았다. 이제 조금 더 단단해진 나로 거듭나 세상을 향해 나아가 보려고 한다.


rut-miit-oTglG1D4hRA-unsplash.jpg


이전 20화시험관 시술 신선 3차 - 첫 신선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