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과 돈

by 아직 간호사

하루만에 두 건의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의정부에서 발생한 불은 다행히 꺼졌지만 대전의 화재는 참사로 이어졌다. 수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다는 사실보다도 충분했던 이상징후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근거들이 발견되는 일은 참담하다.


해마다 자잘한 화재를 포함해 평균적으로 3만여건의 화재가 발생한다고 소방청은 전하고 있다. 피해에 대해 크고 작음을 구분할 척도는 없지만 사상자를 동반한다면 금세 매스컴을 타는 커다란 화재 사건이 된다. 그런 사건이 작년에만 5건이 넘게 발생했다. 기억에 남는것만 부산의 리조트, 광주의 공장 화재가 있는데 참사로 불릴만한 사건이라면 재작년 배터리 공장 화재도 빼놓을 수 없다. 불은 매 해 기어이 나고야 말아서 참사는 반복되고 있다.


사태가 벌어지면 경찰과 소방, 행정조직이 원인을 규명하고자 달려든다. 각기 다른 감식반들이 드나들면서 수일, 수개월에 걸친 감식과 조사 끝의 결론은 대개 미준수, 미비, 부실, 비리로 인한 소홀이 원인이었다는 발표로 나타나는데 그 결론은 어째서 미비한 채로 공장이 돌아갈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못한다. 동시에 언론은 화재가 난 장소의 관리 실태가 이전부터 불량했다는 점과 점검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점,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당국의 행태를 지적하며 책임 공방의 불을 댕긴다. 소방과 지자체, 회사의 대표는 세 명의 용의자가 되어 거국적인 마피아 게임이 벌어지는데 대개 소방과 지자체는 각자 할 몫을 했으며 저 사태는 법으로 정해지지 않은 것이라 알 수 없었다는 식으로, 회사 대표는 절절히 울며 속죄하는 모습으로 어필한다. 이 전개는 일종의 클리셰와 같아서 대부분 회사의 대표가 최종 범인으로 내정된 경우가 많다. 매번 사각지대는 행정부의 불가항력을 설명하면서 면죄부를 발급하는데 사각지대를 메우지 않은 책임을 묻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가 다치고 죽어나갈 때마다 제도를 고쳐나갔음에도 빈틈이 너무 큰 나머지 메워지지 않는 것인지, 충분히 메울 수 있는 틈을 입법으로 보완하지 않는 것인지, 당초의 소방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만큼 촘촘하게 설계되지 못한 것인지 매번 사태의 밑바닥에는 사각지대가 있다. 그래서 어느 사건에서건 제도 미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항상 유효하다.


제도의 마련에도 기어코 그걸 어겨서 사고를 야기하는 행태 역시 고질병이다. 대부분의 안전 수칙이 시간과 비용에 있어 효율적이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비효율적으로 돌아봐야 비로소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역설을 현장은 자주 잊는다. 제조업을 포함한 모든 직업의 1차 목표는 경제적 이익이니 거기에 들어가는 시간 역시 돈과 같다. 결과적으로 안전의 대척점에 금전이 있고 금전을 위해 안전을 볼모로 잡은 셈이다. 말 그대로 안전을 갈아 돈을 만들고 있다. 대전 화재의 사업체 이름이 '안전공업'이라는 사실은 고도의 블랙코미디처럼 보이기도 한다.


안전의 결함은 즉사하거나 천천히 죽어가거나의 차이일 뿐 결국 목숨과 연결되어 있다. 안전을 갈아 돈을 버는 것처럼 돈을 쓰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애당초 인명과 돈이 등치관계에 놓인 자체가 불합리해서, 안전에 보다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금전 손실의 위험성을 더한 결과물이 중처법이건만 관행과 요행은 여전하고 인명의 가치는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21세기 용병이 되어 목숨을 내놓고 일하고 있고 위험은 일상화되어 위험한줄도 모른채 무의미한 죽음을 반복하고 있다.


퇴고를 하던 어제 저녁 뉴스에서는 영덕의 풍력발전기 사고로 3명이 숨졌다는 소식을 다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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