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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림 Apr 08. 2021

6화. 방송국의 모순(1)

상근직인데 고용계약서를 쓰지 않네요?

저는 방송국에서 프리랜서 에디터로 10개월 정도 일한 적이 있습니다. 만화를 배우면서 생계를 위해 시작한,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알바 같은 일이지만 방송국에서 매일 목도해야 하는 차별과 부조리는 가볍게 지나치기 어려웠습니다.


방송국은 계급제, 신분제 사회 같았습니다. 비정규직은 일단 출입부터 쉽지 않습니다. 정규직은 출입카드가 나오지만 방송작가와 같은 프리랜서는 별도의 출입카드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임시 신분증같은 것을 신청해서 데스크에서 따로 받아야 했습니다. 점심식사나 외부일정이 있어서 나갔다가 오면 담당PD가 들어갈 때 그림자처럼 붙어서 따라들어가야 하는 것도 비참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사소한 차별도 매일같이 사람을 주눅들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업무가 한정적이었고 비교적 루틴했기 때문에 야근이 발생하는 일은 극히 적었습니다. 그러나 방송작가의 경우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데도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한정된 주급으로만 열정과  초과노동을 강요받아야 했습니다. 정규직인 PD는 4대보험은 물론이고 상여금에 포인트, 명절선물도 있지만, 방송작가는 당연하게 없었습니다. 제작팀에서 운영비나 진행비 같은 것을 별도로 빼서 선물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PD의 시혜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가장 우스운 대목은 그들이 공정과 정의를 외칠 때였습니다. 안에서는 부조리로 사람이 갈려나가는데, 어떤 공정과 정의를 외칠 수 있다는 말인지. 하지만 그들은 외쳤습니다. 노조 활동도 하고 파업도 했습니다. 그런 힘이 있는 단체인데도 안에 있는 부조리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살됐습니다. 저는 드라마를 사랑했고 PD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지만, 이 때 처음으로 강렬한 사회의 부조리를 느꼈습니다. 아, 이 세계는 이상하다. 이상하고 거대하게 굴러간다. 


저 역시 유령같은 존재였지만 이런 부조리를 느낄 때마다 이 이상한 세계를 너무 바꾸고 싶었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이 있는 곳이지만, 아무튼, 꼭, 바꾸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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