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을 버티지 못한 이유
지금 만약 저 때로 돌아간다면 멱살을 붙잡고라도 버티라고 했을 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후회 타임이거든요. 하지만 초반에는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 정신줄을 잡는 게 중요했고, 저 자신을 지키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일을 하다가 죽을 거 같을 때, 사람은 버텨야 하는 걸까요? 퇴사를 해야 하는 걸까요? 자신이 더 소중하다는 사람도 있을테고, 경력이나 생계가 더 중요하단 사람도 있겠죠. 좀 더 어렸을 때의 저는 '자신감이 있어서' 퇴사를 선택했습니다.
저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먹고 살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하지만 그것도 좀 더 젊어서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얼마든지 도망칠 구석이 많았던 '황금기' 시절의 이야기라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주간지 마감이라는 것은 겪어본 사람만 아는 지옥입니다. 거기에 분야까지 정해져 있지 않아서 매주 망망대해에서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헛웃음이 나오는 미션이죠... 다시 돌아가서 버틴다 하더라도 제대로 해낼 자신은 없지만 이제는 다른 태도를 취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미칠 것 같은 순간을 마주하는데, 정신줄을 놓고서라도 버티다보면 버틸 수 있다는 것을요. 중요한 건 정신줄을 잡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정신을 조금 흐려야 그 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문제에 집착하지 않고 힘을 빼고 보면, 시간이 해결하는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힘든 순간들을 버티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후에야 그 결실을 얻는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이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