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다들 어떻게 길을 찾으시죠?
제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기생충>을 보며 가장 섬뜩했던 건, '계획'의 유무가 부자와 빈자를 나누고 있다고 느낄 때였습니다. 부자인 동익(이선균)네 가족은 계획을 세울 수 있는 힘이 있고, 대만 카스테라 창업과 함께 망한 문광(이정은)네 가족은 계획을 세울 수 없는 '막장'에 갇혀있죠. 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네는 "너는 다 계획이 있는" 기우(최우식)를 통해 계급 상승을 꿈꾸게 됩니다.
저는 경력에 있어 계획이 없었고, 좀 더 어릴 때는 직장에 대한 기준도 없었습니다. 그 결과 물경력을 쌓았고 여전히 구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그 때 그 때의 합리적인 선택을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뒤돌아보니 무계획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서른인데 어려서 경력을 망쳤다고 다음 길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될까요? 막막한 순간 다들 다음 길은 어떻게 찾나 둘러봐도 레퍼런스가 보이지 않습니다. 늦게라도 다음 계획을 세우고 싶은데, 지금 제게는 계획을 세울 가능성조차 찾기 힘듭니다.
넓은 의미로 콘텐츠 업계의 면접을 다니다보면 저처럼 어이없이 물경력을 쌓고 N년째 신입인 자리에 지원하는 경쟁자(?)들을 보게 됩니다. 콘텐츠 업계가 대개 박봉에 어린 신입들을 티슈처럼 뽑아 쓰다 버리기도 하고, 프리랜서나 계약직도 많고, 격무에 시달리며 버티기 힘들다보니 다들 비슷한 처지로 만나게 되는데... 경쟁자지만 그들의 험난한 인생사를 듣다보면 꼭 저를 보는 것 같아 연민이 들 때도 있고 자조가 들 때도 있습니다.
모쪼록 저를 포함해 많은 분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계획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길 바라는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