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무게에 대하여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 정규직 직장을 퇴사하기 위해 고민할 때, 주변 지인들은 그래도 2년은 버텨야 하지 않겠냐고 조언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통된 조언을 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하지만 저에게도 저만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싶은.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그 때의 퇴사가 제 발목을 잡는 일이 종종 생기면서 저도 어쩔 수 없이 후회라는 것을 하게 됐습니다. 그게 가장 괴로웠습니다. 저에게는 '그럴 수 밖에 없던' 퇴사였지만, 남들 눈에는 그저 버티지 못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 말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저 스스로도 '나는 버티지 못한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퇴사를 하게 된다면, 정규직을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직업과 고용 형태는 각자의 니즈와 상황이 결합해 발생하게 되고, 각자 그에 맞는 선택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실제의 세상은 편견과 차별이 가득하고 계약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 사회에서 굳이 계약직을 선택하는 건 바보같은 일이 되어버립니다. 어떤 일을 할 때 '계약의 기간을 정함'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죠. 문제는 계약직에 붙는 차별과 부정적 인식입니다. 그래서 쉽게 계약직을 추천하거나 선택하기 어렵고요.
참고로 처음에 일을 할 때 계약직을 선택하면 이후에 계약직을 전전하게 된다는 말이 있는데, 아무래도 청년 취업이 힘들다보니 막연하게 정규직만 노리는 것보다는 첫 직장을 계약직으로 시작하더라도 일 경험을 쌓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첫 정규직 입사를 할 때 일경험이 있다는 걸 좋게 봐주셨거든요. 하지만 나이가 있거나 경력이 생긴 뒤로 계약직 경험이 중첩되어 쌓이는 건 구직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