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부모님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는 일
5월을 맞이해 우리 부부는 양가 부모님을 집으로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었다. 꼭 5월에 어버이날이 있으니 부모님을 초대하자, 하고 날짜를 잡은 건 아니었지만 결혼식도 지나가고, 이삿짐 정리도 좀 되면서 우리에게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도 했고, 날씨가 풀리며 동네 이곳저곳에 꽃도 피고 푸릇해진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려 ‘우리가 이런 예쁜 곳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기도 했다.
하루는 친정 부모님, 하루는 시부모님을 모시기로 했다. 부모님들이 분명히 ‘이제 막 결혼한 자식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 ' 궁금해하고 있으실 터인데 내색은 안 하시는 것 같아서 내가 남편에게 제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아버지는 단숨에 ‘아주 좋지, 안 그래도 너희가 해 먹는 음식이 궁금했어!’라고 하셨다.
우리 부부는 평소에도 한식 위주로 차려서 먹기에 비슷하게 내어드리면 되겠지, 했지만 막상 딱 한 번의 점심식사에 부모님께 드릴 음식을 정하려고 하니 고민이 깊어졌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나 시어머니나 두 분 모두 요리하며 살림을 오래 하신 터라, 한 입 맛을 딱 보면 우리의 요리 실력이 드러날 것이라는 생각에 더 긴장되었다.
우리는 고민 끝에 ‘가장 평범한 메뉴’,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식사’를 콘셉트로 준비하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 오시는 날에는 남편의 시그니처 메뉴인 김치찜을, 시부모님이 오시는 날에는 내가 하는 불고기를 보여드리기로 했다. 남편이 하는 김치찜을 몇 번 먹어보았는데, 큰 기대 없이 맛보았으나 적절하게 익은 김치와 양파, 대파의 조화, 기분 좋게 씹히는 돼지고기의 식감에 감탄을 했었다. 나는 남편이 우리 부모님에게 보여드릴 김치찜은 조금도 걱정이 되지 않았고, 내가 만들 불고기만 걱정되었지만 남편은 반대인 모양이었다. 부모님이 오시기 1주일 전부터 김치찜 연습을 하면서 당일에 목살을 사용할지 삼겹살을 사용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우스워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아무래도 나도 불고기 연습을 미리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메뉴를 고민하다 보니 밑반찬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시금치 나물이라도 만들자, 무슨 반찬 만들어 보았느냐 이런 토의가 길어졌다. 게다가 원래 두 사람이 지내던 살림이다 보니, 부모님에 동생까지 한 번에 5인분을 할 냄비도 마땅치 않았다. 어렵지 않게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두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에 부모님을 초대하는 것은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한 편으로는 남편과 한 팀이 되어서 ‘우리의’ 부모님을 대접할 고민을 하는 과정이 재미있기도 했다.
긴장하고 맞이했지만,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집으로 초대해 직접 음식을 차려주는 정성으로 충분하신 듯했다. 남편이 준비한 돼지고기 김치찜에 우리 아버지가 ‘김치찜이 아주 제대로네,’ 말씀하실 때는 내가 괜히 뿌듯했다. 시아버지는 며느리의 불고기가 아주 맛있었다고 남편에게 여러 번 말씀하셨다고 했다. 우리가 계획한 집들이가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기며 지나가고 나니, 식사를 계획하면서 고민했던 시간, 집을 최대한 깨끗이 보여드리려고 열심히 쓸고 닦은 것 들은 남편과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많은 관계들 속에 고유한 온기가 있지만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에서 받는 온기는 좀 특별하다. 좀 더 잔잔하고, 은은하게 우리 내면에 오랫동안 머문다. 한편으로는 그 ‘온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노력해야 하는 것이 가족관계일 거다. 우리는 마냥 휴일을 즐기는 것보다는 좀 더 수고스럽지만 부모님을 초대했고, 부모님들은 온전히 우리의 성의만 봐주시며 자식들이 불편해할 질문은 하지 않으셨다. 물론 부모님이 불편하고 가족관계가 편하지 않은 날도 올 거다. 하지만 이런 작은 좋은 온기가 모여서 그때의 불편함을 극복할 힘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