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와 이스트, 소금, 시간이 만들어내는 단순하고 깊은 풍미
발효 빵을 좋아해서 최근에 집에서 발효 빵을 몇 번 만들어봤다. 관련 책을 구해서 독학하며 책의 순서를 따라 하니 제법 그럴듯한 발효 빵이 만들어졌다. 책에서는 빵에 밀가루와 소금, 이스트를 사용하라고 알려주지만 직접 만들어보니 빵이 만들어지는 것에는 ‘시간’이 아주 중요했다. 내가 만든 빵은 대략 1차 발효 2시간, 2차 발효 12시간, 3차 발효 1시간, 이렇게 해서 만들었다. 그래서 빵을 만드는 것에는 ‘스케줄링’이 중요하다. 저녁에 약속이 있는 것을 잊고 아침에 무턱대고 빵 반죽을 시작했다가는 기껏 만든 빵 반죽을 못쓰게 될 수도 있다. 오후에 시간이 남는다고 ‘빵을 만들어야지~’했다가는 다음날 새벽에 알람을 해놓고 일어나서 빵을 구워야 하는 수도 생긴다. 금요일 퇴근하고 저녁에 반죽을 시작해서 토요일 아침에 빵을 구우면 주말 동안 직접 만든 빵을 먹을 수 있어 이 스케줄이 나에게는 맞는다.
발효시키는 시간도 실내 온도에 따라서 다르게 조정해야 한다고 한다. 빵이 되는 것에는 시간뿐 아니라 온도와 습도도 중요하다. 하지만 초보 제빵사의 집에 온도, 습도계가 있을 리 없다. 아날로그시계에 의존해서 시간만 계산하며 빵을 만든다.
처음에 밀가루에 물을 섞기 시작할 때는 이게 과연 정말로 빵이 될 것인지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한데, 이스트를 넣고 나면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날수록 빵이 부풀며 기포가 많이 생긴다.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 다음날 아침에 반죽을 확인하면 반죽이 두세 배 정도 부풀어 몇 초에 한 번씩 기포가 터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반죽 안의 미생물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기다리니 빵이 될 준비가 된 거였다. 나는 성격이 급해서 처음에는 빵 한 덩이를 만들어 먹기 위해서 최소 15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차근차근 레시피의 단계를 따라 하면서 ‘이스트에게 일하는 시간을 주고 기다리자,’ 고 마음을 먹으니 이스트는 나에게 향긋한 빵을 만들어주었다. 요즘에는 발효기계가 있어서 좀 더 빠르게 발효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직접 만들어보니 ‘시간’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빵에 점점 더 매료되고 있다.
한 편으로는 ‘시간’으로 발효된 반죽을 보면서 ‘시간을 주고 기다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시간이 필요한 일들이 많았다. 마음이 급해서 상대를 다그치다가 갈등이 생긴 경우들도 있었다. 맛있는 빵을 먹을 생각을 하면서 이스트가 반죽을 발효시키는 시간을 기다리듯이 소중한 이들과 더 향긋한 향기가 나는 관계를 위해서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