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과 결혼 생활, 둘 다 연습중
김밥 만드는 건 어렵다. 당근과 계란, 햄 등 각종 속재료를 하나씩 손질하고 볶아서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말기 시작하는 김밥은 왜 이렇게들 터지는 것인지.
어린 시절 엄마가 싸준 김밥을 들고 소풍을 갈 때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뚝딱 완성되어 있는 도시락에 김밥은 그렇게 뚝딱 만들어지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김밥을 직접 만들려고 하면, 당근은 하나씩 깎고 썰어서 볶아야 하고, 지단은 너무 강하지 않은 불에서 조심스럽게 부쳐야 하고, 김밥을 말고 썰기 시작하면 김이 터지고 속재료 들은 칼질마다 삐져나온다.
어느 토요일 저녁 남편과 함께 보던 예능 프로그램 방송에 김밥이 나왔다. ‘내일 김밥 해 먹어 볼까?’ 하는 얘기를 나누며 새벽배송으로 김밥용 김과 단무지와 우엉을 주문했다. (김밥에는 단무지와 우엉만 넣어도 본전을 찾는다고 생각한다) 단백질 재료는 냉동실에 남아있던 미니 돈가스와 냉동 닭가슴살을 활용하기로 했다.
언젠가 엄마와 함께 했던 김밥 만들기를 되짚어보며 비장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당근 껍질을 까서 채를 썰고 소금 간을 해서 볶았다. 지단을 말고, 미니 돈가스를 굽고, 닭가슴살은 전자레인지에 데웠다. 그날 만든 김밥의 결말을 앞서가자면, 미니 돈가스를 김밥에 넣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한 알 한 알 썰 때마다 미니 돈가스가 삐져나온다. 김밥에는 큰 돈가스만 사용하자. 닭가슴살을 사용한 것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예쁘고 맛있는 김밥을 만들기 위해서는 김 위에 밥은 많지도 적지도 않게 올려야 한다. 정해진 것은 없다. 손끝의 감각으로 정한다. 밥을 올리고 나면 각종 속재료를 마찬가지로 ‘적당히’ 올린다. 그나마 엄마에게 배웠던 팁이라면 당근이나 시금치처럼 흐트러지는 재료를 먼저 올려 자리를 잡게 하는 것이다. 나중에 김밥을 말 때 속재료가 덜 새어 나온다. 마지막에 단무지 한 줄을 올린다. 김밥을 ‘마는’것 역시 정해진 것이 없다. 손끝의 감각으로 만다. 사람마다 김밥용 대나무 발을 사용하는 걸 선호하기도 하고, 그냥 없이 맨 손으로 마는 것이 낫다고 하기도 한다. 이것도 정해진 것은 없고 결과물만 예쁘면 된다.
신혼집에서 처음으로 혼자 만들어 본 김밥은 처참했다. 김밥이 되기에 밥은 질게 지어졌고, ‘미니’ 돈가스는 계속 ‘미니’하게 썰어져 한 알 한 알 삐져나왔다. 간신히 터지지만 않게 만들었지만 차마 얇게 썰지 못하고 두툼하게 썰어야 했다. 어설프지만 그릇에 알록달록한 김밥을 올리니 남편이 ‘그럴듯하네,’라고 말한다. 남편의 언어로는 칭찬의 의미다. 둘이 대화를 나누며 한 알씩 집어먹으니 몇 시간의 노력이 무색하도록 김밥은 금방 없어졌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일요일의 따뜻한 식사가 되었다.
한 편으로는, 터지지 않게 조심조심 말아냈지만 엉성한 김밥의 모습을 보면서 갓 부부가 된 우리의 모습을 떠올렸다. 조심조심 서로의 습관을 알아가고, 내가 남편에게 맞추기도 했다가, 남편이 나에게 맞추기도 한다. 모양은 어설프지만 맛은 좋은 김밥처럼 이제 막 마음을 맞추며 모양을 잡아가고 있다. 김밥 말기가 숙련될수록 예쁘고 맛도 좋은 김밥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우리 두 사람의 관계도 세월이 지날수록 예쁘고 맛도 좋아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