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이하며 집에서 만들어보는 슈톨렌
연말이 되니 빵집마다 슈톨렌 예약을 받는다. 슈톨렌은 독일의 크리스마스 빵인데, 건과일을 럼에 절여두었다가 반죽에 섞어 굽는다. 마지막에 버터와 슈가파우더를 듬뿍 입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한 덩어리씩 썰어먹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깊어진다고 한다. 겉은 단단한 듯하지만 씹으면 쫄깃하면서도 바삭하고, 럼 향이 은은하게 나면서 견과류가 고소하게 씹히는 스톨렌을 한 조각 먹으면 크리스마스 기분이 든다.
슈톨렌은 맛은 있지만 한 덩이에 보통 3만 원이 훌쩍 넘는다. 그리고 내가 지금 사는 동네에는 가까운 곳에 슈톨렌을 파는 곳이 없어 일부러 시간을 내서 방문하러 가거나 택배비를 내야 한다. 한 덩이 주문하면서 택배비를 내는 것도 아깝고, 주말에 일부러 찾아가자니 괜히 멀게 느껴진다. 그렇게 슈톨렌을 검색하고 있으니 집에서 슈톨렌을 만드는 블로그 후기들을 보게 됐다. 레시피를 찾아보며 필요한 재료를 온라인 쇼핑 장바구니에 담아보니 만들어진 슈톨렌을 구입하는 비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여러 개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한 번 내가 만들어볼까?’ 생각이 들어 머릿속으로 집에서 슈톨렌을 만드는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돌려보았다. 왠지 가능할 것 같았다.
막상 결심을 하고 시작하니 슈톨렌 반죽은 무난하게 만들어졌다. 견과류와 건과일은 럼주에 미리 절여놓는데, 나는 럼주 대신에 제과제빵용으로 나오는 럼 향이 나는 시럽인 럼 레진을 사용했다. 럼주보다 훨씬 저렴하다. 밀가루를 계량하고, 버터를 넣고, 계란을 넣고 우유를 넣어서 반죽한다. 이때 럼에 절인 견과류와 건과일을 넣고 나면 반죽이 질어지기 때문에 반죽을 상당히 뻑뻑하게 해야 한다. 취향에 따라 반죽에 말차 가루를 넣을 수도 있고, 너트맥 같은 향신료를 조금씩 추가해도 된다. 만든 반죽을 발효시키는 동안 ‘마지팬’을 만든다. 아몬드가루와 슈가파우더를 1;1로 섞어서 만드는 반죽인데, 이번에 레시피를 찾아보면서 슈톨렌 가운데 씹히는 달콤한 것을 ‘마지팬’이라고 부른다는 걸 알게 됐다.
여기까지는 순탄했는데, 문제는 슈톨렌을 구우면서 일어났다. 집에 있는 멀티 큐커 광파오븐을 사용하는데, 반죽이 밀도가 있고 덩어리가 크다 보니 고르게 구워지지 않았다. 덩어리를 반으로 가르고 (세상에 반으로 갈라진 슈톨렌이라니, 그건 슈톨렌이 아니다) 낮은 온도에서 10분을 추가로 굽고 확인하고 다시 더 굽고 반복하며 구웠다. 그리고 욕심을 내어 많이 넣은 마지팬은 오븐에서 반죽이 부풀면서 빵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오븐에서 나온 질척거리는 슈톨렌 덩어리를 10분씩 더 구울 때마다 슈톨렌은 조금씩 단단해졌고, 대신 내 체력이 질척거려졌다. 주말에 집에서 슈톨렌을 만들 예정이라고 하니 관심을 보이며 놀러 온 친구를 빈 손으로 집에 돌려보내는 것이 걱정되어서 더 신경 쓰였다. 나름대로 슈톨렌을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초대했는데, 빈 손으로 손님을 돌려보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지팬은 밖으로 삐져 나오고, 슈톨렌은 반으로 갈라야 했고, 굽기도 들쭉날쭉했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게 슈톨렌이 맞나?’하며 둘이서 갸우뚱했다. 계획과는 좀 달랐지만 집 안은 빵 굽는 냄새로 가득 찼고 어설프게 허둥지둥했던 시간은 추억이 되었다. ‘슈톨렌을 의도한 어떤 것’이라는 결과물도 생겼으니, 그 정도면 뭐, 충분히 성공적인 도전이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