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식당에 가는 일
일상은 매일의 호흡이다. 숨 쉬듯이 집 안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숨 쉬듯이 남편과 잡다한 수다를 떨며 낄낄대고, 숨 쉬듯이 살림살이를 관리한다. 가끔씩 평상시에 쉬던 숨과 다른 숨을 쉬게 될 때가 있다. 2025년 나에게 종종 있던 비일상의 호흡은 유명 셰프들의 식당을 방문하는 일이었다.
매트 위에서 서서히 호흡을 절정으로 끌어올리는 요가를 좋아하는 나와 운동이라면 모름지기 운동장에서 스릴 있게 뛰는 스포츠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편. 늦은 밤, 은은한 조명을 켜고 보는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나와 온라인으로 시청할 수 있는 모든 리그오브레전드 게임 경기를 생방송으로 보고 싶어 하는 남편. 공통의 관심사를 도통 찾을 수 없던 우리가 함께 공감하며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주제로 찾아낸 것은 ‘음식’이다. 함께 새로운 재료로 새로운 레시피를 시도하며 재미있어하고, 함께 음식의 맛을 보며 어떻게 더 맛있게 할지 머리를 굴린다. 코인 육수를 넣을지, 고춧가루를 넣을지, 후추를 더 넣을지 주방에서 열띤 토론을 벌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리 방송을 함께 시청하는 시간도 많아지며 유명 셰프들의 식당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충동적으로 남편과 함께 하루 휴가를 쓰고 철가방 요리사님의 도량에 오픈런을 한 것이 시작이 되어 파브리 셰프님의 파브리키친, 요리하는 돌아이의 디핀, 히든천재의 포노부오노에 다녀왔다. 특별한 식당에 방문하는 것은 꽤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예약에 아주 많은 신경을 써야 하고, 예약에 성공하고 나면 그날을 기다리며 설레한다. 드디어 예약일이 되면 아침부터 오래간만의 데이트 준비를 하며 남편과 함께 부산을 떤다. 그리고 지나치게 서두른 탓인지 식당에는 예약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한다. 남편이 미리 블로그를 검색하며 조사해 둔 메뉴를 주문하고, 디쉬 하나하나 먹을 때마다 맛있다고 호들갑을 떨며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들춰보기도 하고, 이 디쉬는 기대보다 별로라는 둥 요리에 대해서 사실은 잘 알지도 못하는 신혼부부 둘이서 이러쿵저러쿵 수다를 떨어댄다. 무엇보다 그런 식사는 평소 해 먹던 집밥에 비하면 비용이 많이 나간다.
그렇게 비일상적인 숨을 쉬며 한 끼를 먹고 나면 일상으로 돌아와 익숙한 냉장고를 열고 다음 끼니를 고민한다. 일상의 숨을 쉬며 우리 부부는 또 비일상을 계획한다. 물론 유명 셰프의 요리는 우리 집 식탁에서 재현할 수 없다. 하지만 그날의 비일상적인 호흡은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 부부의 일상에 어떤 활기를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