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볶음밥만으로 풍성했던 주말
집에서 밥을 해 먹다 보면 가장 자주 하는 고민은 ‘냉장고에 이미 있는 식재료로 어떻게 끼니를 해결할 것인가?’다.
그날도 최대한 장을 보지 않고 토요일 저녁밥을 해결할 작정으로 고민 중이었다. 얼마 전 엄마에게 얻어온 신선한 김장 김치가 떠올라 김치볶음밥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무작정 김치를 꺼내 썰고 볶기 시작했다. 집에 있던 양파와 대파를 썰어 넣고, 밥을 넣고 볶고 있으니 남편이 주방으로 와서는 참견을 하기 시작했다. 김치볶음밥에는 겉절이 같은 상태의 김장 김치가 아니라 묵은 김치를 넣어야 맛있다는 거였다. 그리고 내가 김치볶음밥에 굴소스를 넣는 모습을 보고 갸우뚱하며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내가 만든 김치볶음밥을 남편은 군소리하지 않고 맛있게(내가 보기엔 그랬다) 먹었다.
군소리 없이 나의 김치볶음밥을 먹고 난 다음 날 일요일 점심에 남편이 오늘은 본인이 직접 김치볶음밥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자기의 방식대로 김치볶음밥을 만들겠단다. 내 입장에서는 메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요리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니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렇게 김치볶음밥 요리를 시작한 남편은 ‘자기 스타일의 김치볶음밥’이 무엇인지 조잘조잘 수다를 떨어대기 시작했다.
우선 들기름에 김치를 볶는다고 했다. 김치는 오래된 김치여야 한다. 이때 넣고 싶은 다른 재료들을 함께 넣는데, 고추장을 꼭 넣는 것이 포인트란다. 그렇게 들기름에 재료들을 볶다가 김치가 주황색이 되면 밥을 넣고 섞는다. 굴소스는 넣지 않는단다. 그렇게 김치볶음밥의 모습이 만들어지면 깨를 뿌려서 완성한다. 취향에 따라 계란프라이를 올린다.
그렇게 만든 김치볶음밥으로 점심을 먹으며 남편이 나에게 어떠냐고 묻는다. 당연히 맛있다. 내가 만든 김치볶음밥보다 더 맛있다고 하니 흐뭇해하는 남편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요약하자면 내 김치볶음밥과의 중요한 차이점은 묵은 김치를 사용했다는 것과 굴소스 대신 고추장을 넣었다는 거다.
이 김치볶음밥 대결(?)에서 나에게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특별히 장을 보지 않고, 메뉴 고민을 심각하게 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김치볶음밥만으로 주말의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김치볶음밥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얘기하느라 우리 부부의 대화 소재도 풍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