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망지 Oct 28. 2022

해결책은 간단하겠죠. 수영! Let's swim

두시부터 다섯시간, 열세번째와 열네번째 편지

열세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드디어 9월의 마지막 주가 왔습니다. 마지막 주가 설레는 이유는 말 안해도 다들 이해하실테죠. 다음 달이 곧 올테고, 월급날도 우리를 스치듯이 찾아오니까요. 물론 저는 상당 부분을 저금할 예정입니다. 미래의 저를 위한, 작고 소중한 선물이랄까요. 그나저나 돈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임박햇어요.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점심이 제공되어서, 식비가 확실히 아껴진다 싶었는데, 대신에 그만큼을 주말에 폭식을 해버리네요. 특히나 술약속 한번 나가면 돈이 숭숭 나가버리는 모양이니, 돈아끼고 돈 모으겠다고 꾹 참고 회사생활을 매일같이 열심히 버티고 있는 건데, 이렇게 구멍이 숭숭 뚫려있어서야 되겠나요…. 오늘부터 정진하도록 할게요.  


별거 아닌 근황을 전할 것이 또 있습니다. 저는 지난 여름, 인격(?) 성장을 하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자기계발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스스로와 굳게 했었는데요, 9월은 아무래도 적응과 여흥의 달로 삼아 저를 좀 자유롭게 냅뒀다면, 10월부터는 다시 자기계발에 집중할 것입니다. 그래서 뭘 시도했냐면, 일단 수영을 끊었어요!  집 근처에 있는 체육센터인데, 아침수영을 할지 저녁수영을 할지 엄청난 고민 끝에 하루의 마무리를 수영으로 하기로 했어요. 출근 전 아침수영을 하게되면 7시타임을 들어야 시간이 안정적일 것이고, 그렇담 6시반에는 일어나야한다는 건데, 여름이면 모르겠는데, 저는 가을겨울철에 눈떴을 때 아직 껌껌한 아침을 싫어합니다. 아침은 자고로 밝아야 아침답다고나 할까요. 10월부터는 정말 해가 늦게 뜰텐데, 그 까만아침에 수영을 하러 부랴부랴 걸어가기엔 발걸음이 텁텁할 것 같았어요. 


근래 깨달았지만 저는 태양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니까요. 비가 온종일 오거나, 구름이 잔뜩 끼거나, 일이 너무 빡빡해 낮시간동안 실내에 계속있어 햇빛을 한번도 받지 못했을 때에, 저는 쉽게 우울해지더라고요. 문득 캘리포니아에서 나고 자랐다면 아주 폭발적인 에너지의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아무튼, 그래서 저는 밤수영을 골랐어요. 뒷타임도 없는 제일 마지막 타임이에요. 퇴근하고 돌아와서 집에 잠시 들러 간단한 저녁을 털어넣고 바로 수영장으로 가면 시간이 딱 맞을 것 같습니다. 


수영을 끊었다는 이야기는, 다른 말로 하면 이제 주에 4회는 꼬박 퇴근후에 집으로 재빠르게 귀가해야한다는 소식이에요. 월수는 과외수업, 화목은 저녁수영, 저번주에 그렇게 평일 퇴근후엔 약속을 잡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어도, 매번 하루에 한 일이 출퇴근과 근무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면 그게 너무 원통하고 아쉬워서 자꾸 친구들을 불러 만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뭐 항상 즐겁고 후회는 없던 만남들이긴 하지만. 제 몸과 정신이 점차 피폐해져 가는걸요..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야 하고 오랜 시간을 사무실 의자에 앉아있고, 그렇게 꾸준히 피로가 몇주째 풀리지 못하고 누적된 느낌입니다. 해결책은 간단하겠죠. 수영! Lets swim.  모쪼록 기대가 많이 되네요. 준비물도 차차 다 완성되어 갑니다. 1년전에, 진작 뉴질랜드로 떠나있을 줄 알고 황급히 샀던 민트색 수영복과, 올해 리즈에서 학교 수영장을 이용하고파 시티센터에 나가 구매했던 수경과 수모. 


이 수모에는 슬픈 이야기가 묻어 있습니다. 주니어용이 10파운드나 더 저렴했고, 저는 아무래도 내가 동양인이다 보니 대가리가 더 작지 않겠어? 라는 근자감과 함께 그 수모를 집어들고 맙니다. 수경은 뭐 그냥 무난했어요. 수모가 정말 수모 그 자체였죠. 먼 유럽의 한 섬나라에서 저는 고향의 인기 개그 프로그램 마빡이를 재현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암튼 그래서 지금은 근무중에 몰래몰래 수모 쇼핑을 하고 있어요. 요즘은 수모도 자체제작해서 파는 셀러들이 많네요. 아무래도 운동할땐 장비 꾸미는 맛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얼른 수영을 열심히 해서, 수영복이 좀 낡게되면, 새 수영복도 사고싶네요. 김칫국이 저절로 마셔지는 날입니다.  


차츰차츰 저는 모든 것에 다 잘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어느 곳이든 옥상은 제게 위로를 주는 공간이 되어주고, 오랜만에 만나는 이런저런 모임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사랑스럽고. 변함없는 것들이 있어서 위안이 되는 날들입니다. 오늘은 신나서 수영 얘기만 잔뜩 떠들었네요. 내일도 특별히 깊게 말할 소재가 없다면, 제 과거의 수영에 대해서 실컷 떠들어보도록 할게요. 말하자면 유년 물개시절말이죠.  


내일이면 제 부산행이 결정이 날 거예요. 티켓팅이 있기 때문에요.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에 가게되면 그 소식도 전해드릴게요.


9월의 마지막 월요일입니다.

얼른 9월이 훌쩍 절 떠나버렸으면 좋겠어요. 

위로와 사랑을 여기에 두고,

2022년 9월 26일 PM 17:15






열네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따끈따끈한 소식을 먼저 알리겠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티켓팅을 무사히 성공했어요! 보고싶던 영화 리스트업을 해보니 8개정도가 되었는데, 그 중 6개를 잡았습니다. 이 정도면 굉장한 선방인거겠죠? 그래서 부랴부랴 다다음주에 부산에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친구네에서 묵게 될 예정인데, 홀로 홀홀 내려가려 했던 초반 계획과 다르게 동행이 생겨버려서 일정 짜맞추고, 교통편 찾느라 시간이 금방 갔던 것 같기도 하네요. 점심먹고 돌아오니 2시 언저리가 되어서 앉자마자 티켓팅 준비했습니다. 다들 손이 참 빨라요.. 매진작 2개는 놓치고.. 그치만 티모시 샬라메의 신작을 구해냈답니다. Ho ho ho  


부산에 가면, 바다를 보겠네요. 올해 처음 보는 한국의 바다가 되겠어요. 갑자기 2020년이 떠오릅니다. 그때 한 해에만 부산을 7월에 한번 8월에 한번 다녀왔었거든요. 그뿐만인가요, 동해 서해 남해 모든 바다에 모두 발을 담궈보고 오고. 첫 휴학을 즐기던 저는 꽤나 낭만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젠 정말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내려가게 되네요.  오늘은 정말 이상하리만큼 시간이 금방 갑니다. 다섯시가 지나면 마지막 두시간은 노력 안해도 시간이 알아서 흘러가서, 편지에 집중이 잘 안됩니다. 그냥 오늘 편지의 중요한 내용은 이게 다죠. 부산에 갑니다. 바닷물좀 적시고 올게요. 


다들 월말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있는지 느닷없이 궁금하네요. 10월을 기다리는 마음은 어떠신지.

가을을 좋아하시는지, 여름의 작별이 아쉽진 않은지. 

제 이야기가 적은 편지인 만큼 궁금한 게 더 큰 글입니다.

어느때보다 더 답신이 기다려집니다. 


위로와 사랑을 여기에 두고,

2022년 9월 27일 PM 5:09

이전 07화 하늘은 옷을 몇번이나 갈아입는 걸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