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라는 사람을 잘 모를 때.
내가 알고 있는 나 자신이
가끔 멀게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속으로 생각하는 것조차도 거짓되고 솔직하지 못할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하죠.
‘나는 나에게도 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구나.’
‘내가 진짜 나쁜 사람이 아닐까?’
순수하게 나왔다고 생각했던
나의 친절과 호의들까지
어느 순간 의심하기 시작해요.
내가 나를.
‘뭔가를 바라고 이러는 게 분명해.’
‘내가 뭔가를 바라는 걸 들키지 않으려면
친절해야 하니까. 그래서 친절한 걸 거야.’
‘머릿속으로는 내가 베푼 친절들을
계산하고 있을지 몰라.’
그 생각들은 한없이 낮고 낮은
어둠 속으로 나를 데려가요.
자존감은 어느새 바닥으로 주저앉아요.
나라는 사람. 나는 나에게도
왜 이리도 솔직하지 못한 걸까요?
나 자신이 한없이 약한 존재라는 것을
나에게도 들키기 싫은 걸까요?
나는 오늘도 나에게 거짓을 요구해요.
‘슬픈 영화를 봐도 울지 않기.’
‘아름다운 풍경을 봤을 때도 감동하거나 취해있지 않기.’
억누르고 또 억누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