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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teria

by 카라

나는 카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커피도 늘 챙겨 마시기는 하지만 맛을 음미할 만큼

예민하지 않았다.

집에서도 커피 향으로 시작되는 아침을 꿈꾸기도 하지만 커피머신을 사고 원두커피를 사고 물을 채워 넣고 하는 일련의 과정이 번거롭다.

그냥 따듯하기보다는 약간 따끈한 정도의 물에 간단한 스틱하나 휙 넣으면 천천히 녹아내리는 커피정도가 적당하다.

누군가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되는 깔끔함이 제일 마음에 든다.

하지만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것 이외에도 공간과 만남을 선물하는 장소가 된다.

카페의 정의가 커피를 파는 가게이듯이 사람들과의 만남 또는 어울림을 주선하는 공간인 것이다.

딱히 목적지가 없는 여행일지라도 다소 쉽게 눈에 보이는 카페로 들어가면 고작 5000원가량의 소액으로 확실한 안정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지극히 주관적이지 않은 보편화된 커피 향은 적당히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여유로움을

느끼기 충분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카페를 차려 내가 좋아하는 지인들이 아무 때나 와서 시간을 보내며 즐기고 가는 상상을 했었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잠깐의 휴식을 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때로는 곧바로 학업을 이어 갈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

직장인들에게는 점심식사 후 오후 일과를 시작하기 전 기분전환이 되는 공간,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의 마지노선,

주말이면 약속된 친구들 지인들과의 만남의 공간,

이렇게 다양한 만남의 사교적인 공간이지만,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찾는 손쉬운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다양한 목적이 어우러진 카페가 매력적이게 보였다.

그러나 나는 늘 모든 일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카페를 차리게 되면 일단은 커피맛에 승부를 걸어야 하고 인테리어와 장소는 그다음의 순서가 된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경제적인 목적으로 공간만 제공하는 이라면 획일화된 프랜차이즈 커피맛도 괜찮겠지만 카페인의 강한 끌림에 매료되는 나만의 프랜차이즈 커피맛을 탄생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나를 따르는 사람들과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또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곳에서......


나는 투명하고 여우 같지 않은 사람이 좋다.

예로부터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다소 구시대적인 발상이라 할지라도 옛말 틀린 게

하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하다.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솔직한 사람은 상대하기 편하고 뒤끝이 없다.

문제가 되는 요즘 세대와도 잘 맞는 성향이고 깔끔하다.

누군가의 비유를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관계에는 보이지 않는 갑과 을이 있다.

부모와 자식 간에는 부모가 갑이고, 형제간에는

그래도 형이 갑일 것이고, 직장에서는 직급이 있겠지만 때에 따라서는 나이나 경력이 많은 사람이 갑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영원한 갑일 수 없고 영원한 을이지는 않는다.

나도 자식이었지만 어느샌가 부모가 되어 있고

집안에서는 둘째로 태어났지만 결혼하니 첫째 아들의 아내가 되었다.

그리고 남들보다는 다소 어린 나이에 입사하여

영원히 막내일 것만 같았지만 정체된 신규 채용이 해소되자 후배들이 물 밀듯이 쏟아졌다.


나는 오늘도 카페에 들렸다.

누구도 알만한 커피숍에 비교적 대중적인 커피를

한잔 주문하고 글을 쓴다.

지금 이 공간에 같이 있는 사람들이 왠지 정겹게 느껴진다.

마침 이 시간에 같은 공간에서 나와 함께 숨쉬고 있는 사람들 말이다.

비록 내가 만들어 낸 공간은 아니지만 내가 존재함으로 이들은 함께라는 공통분모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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