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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by 카라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한글만 읽을 줄 알면 한 번쯤은 해봤을 MBTI 검사를 나도 해보게 되었다.

사실은 크게 관심 없던 터라 끝까지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가

유행처럼 따르던 성격테스트 검사라 나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것 같다.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도 이는 크게 도움 될 것 같고

이미 충분히 잘 알고 있는 지인을 만날 때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어느 모임에 가서나 MBTI가 어떤 거냐고 묻는 사람에게 모른다고 대답하기가

조금은 난처했다.

그렇게 나는 검사의 시작버튼을 눌렀다.

생각보다 문항수도 많고 시간도 걸리는 작업이다.

단계별로 체크해야 되는 답변들도 조금은 갈팡질팡이다.

시작부터가 성격을 말해주는 듯하다.


학창 시절 이후로는 문제를 풀어본 이력이 저조하여 마치 시험을 보는듯한 검사!

기초 지식이 있어야 풀 수 있는 그 어려운

수학문제도 아니고 어느 정도 감이 있어야 풀리는 영어문제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꽤나 정확한 검사를 원했는지 너무 피곤하다.


예전에는 혈액형으로 성격을 구분하곤 했었다.

크게 의미두지 않는 결과일지라도 우리는 혈액형에 따라 서로의 성격을 대충은 짐작하며 때로는 맹신하기도 했었다.

어떻게 사람이 4가지로 분류가 되겠어?

어찌 보면 너무 얼토당토 한 판단이겠지만 같은 혈액형 다른 혈액형이 주는 조화로운 성향이 흥미로웠다.


혈액형은 4가지 분류지만

MBTI는 16가지 분류이다.

두 배가 아닌 제곱에 가까운 수치이다.

혈액형보다는 세분화되어 있어 다양함을 자랑하는 결과지에 믿음이 조금 더 보태졌다.


일단 결과로는 대만족이다.

나를 파악하는데 아주 큰 역할을 했다.

쏟아지는 질문들만큼이나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의외로 단순하게 심플하게 뽑아냈다.


내향적, 무계획, 귀차니즘, 현실주의, 남한테 관심 없음, 자의식 과잉, 공감능력, 호불호

나를 대표하는 키워드가 산출되었다.

다소 부정적인 단어들이 나열되었지만 기분이 괜찮다.

나 자신에 대한 파악이 너무 잘 되어 있는 듯하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크게 좋아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조용하지만 필요에 의해 사교적인, 친구관계가 좁고 깊고 인간관계에 크게 미련 없는...

너무나 똑같다.

젓가락 두 짝보다도 더 똑같이 나왔다.

친구들은 나보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친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는 좋게 말하면 남들보다 먼저 파악하고 센스 있게 대처해 준다고 해서 비롯된 것인데

나는 그냥 궁금한 것이 있으면 대놓고 물어봐주는 친구, 애매한 것이 있으면 확실하게 정리해 주는 친구로 가볍게 넘겼었다.

그리고 나는 자신이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다르게 보면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때로는 직설과 솔직함이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고 해도 나는 투명하고 싶다.

사실이 아닌데 사실처럼 속고 속이는 빈말투성이

는 절대 사절이다.

그런데 어느 글귀에 지나친 솔직함은 어린아이에게 칼자루를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는 구절을 읽었었다.

어린아이이기에 아무 데나 칼을 휘두르고 다녀 상처를 입힌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살짝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재밌고

흥미롭다.

같은 성격의 사람들만 존재한다면 갈등은 없겠지만

애초에 그럴 일은 없다.

그렇다면 MBTI라는 검사는 있지도 않겠지!

사람들이 하나둘씩 MBTI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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