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보던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말했다.
"엄마랑 싸우고 나가는 건 맞는데 기회가 좋아요.
독립할래. 아빠 말리지 마세요."
그렇게 그녀는 선언을 하고 집을 나갔다.
독립이라!
내 인생을 돌아봤다.
독립의 시기가 언제였는지.....
함께 생활을 한 가정에서 새 가정을 꾸려 나가는 결혼이란 보편적인 독립이고 분명 부모에게 효도이다.
나는 앞으로의 내 삶을 꾸려나갈 결혼을 선택한 것뿐인데 큰 효도로 이어지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결혼! 독립!
이 큰 두 가지 사건을 두고도 나는 그 당시 큰 고민이 없었던 것 같다.
원래도 크게 고민하지 않고 사는 삶이라 그런지 모든 결정의 대부분이 그렇다.
아니면 사실 10년 전의 내 모습이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기억을 곱씹어 보아도 결혼이란 문제에 크게 걱정하거나 미루거나 고민했던 흔적이 없다.
드라마 속에 흔히 보이는 폭력적인 남편, 맞지 않은
시댁과의 갈등은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절대적으로 무시해 버린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안 그러리란 법은 없는데 다행히 운이 좋게도 착한 신랑, 착한 시댁을 만났다.
적어도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저렇게 한다고?
라는 못돼 처먹은 인간들하고 엮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법 없이도 사실만한 순박하고 정갈한 시댁을 만났다.
하나님의 늪(?)에 빠져 가족생활에 약간의 지장이 있는 것 빼고는 만족할만한 훌륭한 집안이다.
그것도 소위 말하는 이단종교는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안 됐으나
집안의 며느리로서 교회 가는 문제 때문에 가족행사의 날짜를 정할 수가 없다거나 가족행사보다도 교회행사가 중요한 사람들을 상대하기에는 기본적인 가치관이 흔들릴 만큼
낯설었다.
일요일은 교회에 가야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시간을 비울수 없었고 잡혀 있는 가족행사는 씹던껌보다도 하찮게 느꼈다.
그들은 교회 안에서 삶의 목표를 세우고 나아가는 힘을 기르고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을 인정하기엔 내가 너무 그들을 몰랐던 것 같다.
그러나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어딘가가 다 아픈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모습에 나의 마음이 조금 수그러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나는 너희를 이해할께 너는 너희대로
행복하게 살아가라. 꼭 함께하지 않아도 멀리서 서로 응원하는 것이 서로 해 줄수 있는 배려이고 최선이다. 라고 선긋기를 하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중이다.
다만 교회 다니는 사람끼리 한팀,
안 다니는 우리 가족 한팀인데 쪽수로 밀리다 보니 그것은 좀 아쉽다.
함께 하지 않아도 행복하다는 가족의 정의는 왠만한 가족의 정의와는 맞지 않기 때문에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이미 정의되어 버린 말에 조금의 힘을 싣어 그대로를 믿어 보기로 했다.
4월 계획되어 있는 일본 가족여행의 일정에 일요일이 포함되어 교회를 빠져야 하는 그들의 모습에 살짝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