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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칠순~

by 카라

오늘은 벼르고 벼르던 엄마의 칠순잔치가 있는 날이다.

지난 1월 중순 아버님의 칠순이 있었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엄마의 칠순을 맞이하게 되었다.

왜 벼르고 벼르는 날이 되었냐 하면

원래는 양력으로 제 날짜인 2월 말에 행사를 하고자 했었다.

원래 날짜대로 양력을 이용하면 4월에 있는 제사와 겹치지 않는 단독 행사가 가능하고

딸의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성대한(?) 생신 파티를 해 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우물쭈물 결국엔 겨울은 추워서 싫고 꽃피는 봄에 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보였다.

평소 엄마 성격은 하고 싶은 것은 하고 먹고 싶은 것은 먹고 줄 것은 주고받을 것은 받는 꽤나

확실한 포지션을 가진 엄마다.

그러나 칠순 날짜를 정하는 이 시점에서는 조금

흐리멍덩했다.

어딜 가나 주인공을 자처하고 센터에서 화려하게

즐기는 엄마와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여 좀처럼 적응되지 않고 식당예약에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예정되어 있는 엄마의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고 3월에서야 날이 잡혔다.


앗 그런데 3월에 모이기로 한 외사촌들 모임이 처음으로 성사된 이벤트가 있었는데

엄마는 그들과 함께 하고 싶어 하신다.

엄마의 친정 조카들이 축하주는 칠순도 의미 있어 보인다며 주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의 형제들은 전부 돌아가시고

조카들만 남았다.

가족끼리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자리임에도 주최 측이 된 우리는 혹시 오는 사람이 부담이 되지 않을까 조금은 조심스러웠다.

쿨하디 쿨한 우리 엄마가 뜻밖의 의견을 내놓으신 이후로 우리의 준비과정은 예상 밖의 혼돈이었다.

내가 40년간 봐 온 우리 엄마는

조카들을 부르면 좋긴 하지만 서로 부담일 테니

우리끼리 좋은 데 가서 맛있게 즐기자! 일 텐데

날짜를 정하는 시작 순간부터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엄마얼굴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엄마도 늙는구나!


그렇다.

우리 엄마도 늙나 보다.

늘 카랑카랑하고 옷맵시 좋은 우리 엄마도 변했다.

늘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며 동네 멋쟁이로 불리던

우리 엄마도 늙어가고 있었다.

칠순 생신 파티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70이란 숫자에 의미를 두어야 맞았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날짜와 오는 인원이 정해지고 식당예약까지 마쳤다.

거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칠순 생신 파티 하루 전 엄마는 고열과 함께 몸살기운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에겐 엄마 칠순에 원치 않는 코로나 손님이 찾아왔다.

반갑지 않은 손님은 반죽이 좋은 편이다.

스스럼없이 우리 집안에서 활개를 치며 2주간을

머무를 태세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일정이 바뀌고

결국엔 4월의 제사와 3일 차이로 겹치는 칠순행사를 맞이했다.

음력 날짜로도 딱 맞고 꽃 피는 봄이기도 하고

친정조카들에게도 또 우리에게도 부담되지 않은

깔끔한 칠순 생신파티가 되었다.

(날을 다시 잡을 때 조카들이 출장과 일등이 겹쳐

참석 불가능 통보를 해왔다.)


우리는 꽃으로 만든 돈케이크와 미리 준비한 현수막, 그리고 꽃바구니와 추가봉투로 성대한(?)

칠순파티를 했다.

음식도 장소도 고급스럽고 직원도 고급스럽고

그곳에 있는 우리 가족의 품격이 상승하고 고급스러워 보여 완벽한 만족을 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엄마는 내 동생에게 칠순에 무엇을 준비했는지

어떻게 할 것 인지를 하루전날 계속 물어봤다고 한다.

엄마 친구들은 여행을 준비했네, 금을 사주었네,

용돈을 얼마 주었네라고도 했다.

역시 세상 쿨한 우리 엄마다.

엄마 다 좋습니다.

나도 엄마만큼 쿨하잖아~

앞으로 쭉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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