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라면 샌드위치 휴가에 월요일만 출근하면 다음날 또 쉬네....라는 생각을 끝으로 열심히 자고 있었을 텐데....
지금은 출근의 압박 없이 자연스럽게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새벽을 좋아한다.
동이 트기 바로 직전의 새까만 어둠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한 환한 아침인 것이 우리 인생과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된다.
깊은 밤을 지나고 고요한 새벽에 혼자 깨어 있는 느낌이 좋다.
수술을 끝내고 집에 왔는데
10분도 지나지 않아
대뜸 9월 4일에 벌초를 하러 간다며 온 가족이 함께 가길 어른들께서 바라신다.
아! 이건 아니다. 싶다.
벌초를 가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 타이밍에 할 말도 아니다.
매년 산소에 모여 함께 벌초를 하고 점심을 드시고 싶어 하시는데.....
남녀노소 상관없이 얼마 안 되는 가족을 모으는 큰집 어른의 말씀이신데...
이해를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사실 벌초에는 여자들이 할 일이 전혀 없다. 전혀.... Never......
벌레와 더위에 차에서 두세 시간 앉아 있는 것도 곤욕이다.
아무래도 이건 아니지 싶다.
명절에 모이기엔 다소 무리가 있고
사촌이 아니라 육촌사이이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다르다.
지혜로우신 분들이기에 적당한 시기를 선택하신 거겠지!
그게 벌초하는 날이겠지!
왜냐하면 당장 모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벌초를 등한시하여 집안에 챙길 사람이 없어지니 장손(?)인 우리에게만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일까?
너무 갔다.
어쩌면 알게 모르게 장손의 위치를
기억하는지도 모른다.
요즘은 벌초를 해 주는 전문업체가 있다.
자손들이 정성스럽게 산소를 돌보고 시간을 내야 후대가 번창한다는 다소 구시대적 발상이 아니더라도 굳이 직접 산소에 가서 벌초하는 것은 60대를 훌쩍 넘긴 앞세대도 40대를 맞이한 우리 세대도 조금은 버겁다.
비용을 지불해서 산소를 관리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절대 아니다.
그 이유는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이 있어야 행동으로 실천이 되고 비용이 지불된다.
마음 없이 돈만 나가는 게 결코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 모든 일은 거의 다 돈으로 해결된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남편은 벌초 가는 일이 어렵지 않다.
유일하게 챙기는 집안행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 말은 다른 건 몰라도 벌초만큼은 해야 한다고 다짐한 것 같다.
나는 조금은 순하지 않은 것 같다.
매년 다가오는 벌초 이야기를 생각할 때마다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고 나는 아마도 가지 않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움직이게 되더라도 어른의 바람 때문이 아니라 가급적이면 우리 가족이 함께 이동(?)하고 싶은 여행 가는 듯한 마음 때문이다.
아! 제발 어른의 바람으로 따라나섰다고 말하고 싶다.
비록 사실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역시 사회생활은 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