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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디엠 치앙마이

오늘도 걷는다. 깃털처럼 가볍게

by 김재훈

아침,

시계는 벌써 9시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침대는 나를 좀처럼 놓아주지 않았다.

치앙마이의 여유는 그렇게 이불속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느긋하게 몸을 일으켜 가볍게 기지개를 켠다.

어깨와 허리를 쭉 펴며 창밖의 햇살을 마주하는 이 순간,

살아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스며든다.

샤워기로 따뜻한 물줄기를 맞으며 어제의 피로를 씻어낸다.

세븐일레븐에서 사 온 영양 보습 크림을 얼굴에 천천히 바르며, 오늘도 나를 정성껏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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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작은 미소 하나 띄운다.

오늘 아침은 특별히 호텔 로비에서 조식을 즐기기로 했다.

미니빅씨에서 사 온 컵라면과 김치로 한상 차린 나만의 미니 브런치.

익숙한 김치향과 얼큰한 국물에 눈이 번쩍 뜨인다.

치앙마이에서 만나는 작은 한국의 맛은 그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식사를 마치고, 해자의 남쪽 공원으로 향한다. 커다란 나무들이 드리운 그늘 아래를 천천히 거닐며 마음을 내려놓는다. 도심 한복판임에도 새소리와 나뭇잎의 속삭임만이 가득하다.

공원1.jpg Buak Hard Public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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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원엔 스토리가 많다.

요가하는 사람들, 이야기 나누는 모임, 명상을 배우는 아이들

요가.jpg 매일매일 요가하는 사람들
이야기.jpg 이야기 나누는 서양인들
명상.jpg 명상을 배우는 학생들


공원 안 작은 카페에서 타이티 한 잔. 얼음을 채운 유리잔 너머로 전해지는 달콤한 향이 입안 가득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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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를 끌며 해자 안쪽으로 들어간다. 오늘의 목적지는 란나박물관. 치앙마이의 뿌리, 란나왕국의 흔적들이 고요한 전시실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란나 왕국의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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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라면이었으니 점심은 밥으로 챙긴다. 오랜만에 찾은 블루누들. 오늘은 21번 메뉴, 소고깃국과 밥이다. 국물에 태국 고춧가루를 살짝 뿌려 매콤한 깊이를 더한다. 입 안에서 퍼지는 얼큰한 맛에 허기가 금세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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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자를 따라 산책을 이어가다 마야몰까지 걷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치앙마이에서는 발걸음조차 욕심낼 필요가 없다. 마야몰 안에서는 에어컨 바람 속에서 쇼핑도, 구경도, 그냥 멍하니 사람 구경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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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몰3.jpg 마야몰 내 삼성 매장
마야몰4.jpg 마야몰 3층에 있는 유심 파는 곳.


3층에 있는 안마의자에 앉아 30분 동안 몸을 맡긴다. 100밧의 사치. 눈이 스르륵 감기며 마음까지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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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몰을 나와 늦은 오후엔 님만해민의 얼굴 마사지샵에서 피부관리. 500밧이라는 적은 금액으로, 내 피부와 마음에 작은 선물을 안긴다. 아로마 향기 속에서 듣는 타이 음악은 마치 작은 명상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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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배가 고파진다. 핑강옆에 있는 무가타로 가자. 맥주 한 잔까지 곁들이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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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카타 정복 방법]

무카타에 가서 잘 먹는 방법 중 하나는 일단 자리에 앉으면 고기판에 기름을 마구마구 바른다. 고기 덩이는 냉장고에 있다. 양념장을 만들어 온다. 그리고 삼겹살을 시키는 것이다. 무카타 원리상 삼겹살이 가장 노릇노릇하게 익는 구조이다. 맛도 고소하다. 고기를 구우면서 기름 덩이를 아예 중앙 상단에 놓아두면 고기가 타지 않는다. 그리고 고기를 함부로 뒤집으면 안 된다. 그냥 막 뒤집으면 고기가 판에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고기를 판에 올리고 좀 기다려주면 고기가 판에서 잘 떨어진다. 고기를 잘 굽는 방법이다. 마지막에 대하를 구울 때는 생대하를 껍질을 벗겨서 구우면 완전 홀릭이다. 최고다. 무카타를 정복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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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강 따라 천천히 걸어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길. 거리의 불빛이 하나둘 피어난다. 오늘 하루, 아무것도 한 것 같지 않지만 모든 게 완벽했다.

오늘도 깃털처럼 가벼운 치앙마이의 하루는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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