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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오후 Oct 09. 2017

다시 꿈꾸어도 괜찮을까?

다시  꿈꾸어도 괜찮을까?



꿈은 언제까지 꾸는 걸까?


꿈꾸는 데 나이 제한이 있을까?



언젠가부터 아무도 내게 꿈이 있냐고, 꿈이 무엇이냐고 묻지 않는다


아이들과 젊은이들에게는 답에 대한 아무런 기대도 없이 상투적으로 묻던 것을


이제는 아무도 내게 물어오지 않는다,


30대가 지나고 결혼을 하고 자녀가 생긴 뒤로는


일정한 궤도에 올라탄 내 생은


정해진 노선만 따르는 열차가 돼 버린 것인지...


나이가 50이 넘어도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이 있고


앞으로의 내가 무엇이 될지는 나조차도 모르는데


나의 미래는


앞으로의 운명은 그렇고그런 이 시대 아줌마의 운명처럼 흘러갈 것이라는 것이 모두에게는 다 보이는 모양이다



책을 좋아하던 어린시절부터 책과 관련된 무언가를 하리라고 생각했다


나를 둘러싼 환경에서 제일 손쉽게 꿀 수 있는 꿈은 국어선생이 되는 것이었다


꽉 짜인 교과를 따라가는 다른 과목보다는 학생들에게 인생과 미래에 대한 전망을 얘기할 수 있는 국어시간이 나는 좋았다


국문과로 진학한 뒤에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교사의 길로 가지 못하고


출판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에 펼쳐진 생은 내 의지보다는 시간과 일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타임라인에 휩쓸렸다


그 흐름을 거스르고 내가  뜻하는 바대로 살아가기엔 나는 너무 의지가 박약했고


​주어진 일을 철저히 해내야만 하는 단순무식자였다.



가족을 이루고 내가 보듬어야 할 내 책임 아래 있는 자식이 생기고서는


나는 온전히 사라지고 가족의 울타리를 지키는 데만 전념했다.


그 안에서 매순간 열심히 살긴 했지만, 무언가 허전한 것이 느껴졌지만


그 무엇이 무엇인지 모르는 체로


그 무엇을 고민하기에는


너무나 바쁜 생활의 궤적을 뒤쫓기도 벅찬 어느날


나는 50살이 되었다.


어쩌면 앞으로 남은 생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르는 쉰 살.



이번 생은 이대로 끝날 것 같다는 불안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다급함으로


내 스스로 선을 그어버렸다.



이제부터의 삶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자


교사나 작가의 꿈을 이루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으니


좋은 책을 만드는 출판사를 만들어 다른 이에게 꿈을 만들어 주는 책을 내자고 마음을 먹었다



비자금 5백만 원을 만들고


출판사 등록을 마치고


새로운 편집자로서의 꿈을 꾸는 도중,


너무나 신파 같은 일이 일어났다.



또래 친구들은 자녀 대학에 진학시킨 뒤


손주들 뒷바라지 해야 하는 자식 결혼 전까지의 이 나이때가


제2의 황금기라며 자신의 시간을 즐기기에 좋은 때라고 했다



그런 제 2의 황금기 때


운명의 장난처럼 덜컥 유방암에 걸렸다.


지난 3년간의 투병기 따위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


페이스 오프 수준으로 발달한 현대의학계에 여전히 불치의 지대로 남아있는 암.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영역.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볼북볼으로 느닷없이 남의 인생에 들이닥쳐 


일상에서 강제 하차시키고 몇년간 고립된 치료기간을 보내게 하고


그러고도 완치 여부는 확률에나 맡긴다는 식의 무책임한 처방이나 날리는


암 따위의 투병기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


본인에게는 목숨이 걸린 중대한 일이지만


막상 암 자체의 치료나 고통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년여의 치료 시간이 내 인생에서 뭉텅 잘려나가고


고통의 시간도 흐르고 일반인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늘 재발과 전이의 불안에 시달리는 나로서는 매일매일 선택의 딜레마에 빠진다


아무 생각없이 스트레스 없이 길고 가늘게 쭉 생존만을 이어갈 것인지


다소 긴장감을 갖더라도 내가 잠시 놓았던 꿈을 계속 이어갈지



이글을 쓰고 있는 걸 보면 마음의 갈피는 대충 잡은 거 같다


최대한 관리하면서 못다한 꿈을 이뤄보자는 쪽이다


블로그를 열고 생활을 쓰다보니


 솜씨도 날마다 는다.

날마다 하면 직업이라더니



고전 평론가 고미숙 님은 말한다


" 책을 읽는 것 외에 내가 만나는 사물, 사람, 이 모든 행위가 읽는 것이다,


우주와 자연, 세상이라는 텍스트를 쉼 없이 읽고 읽고 나면, 써라.


내가 느끼는 것,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말하고, 쓰고 싶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이 쓰는 행위를 통해 사회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고 한다.


쓰는 행위는 작가가 된다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유를 얻는 도구라고 한다."



남은 생이 지극히 유한하다는 불안감을 떨쳐내고


지금 못 다 이룬 꿈을 꾸어도 괜찮을까?


쓰는 행위로 힐링을 얻고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이왕 한번 온 인생


최소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


진심



뱀발ㅡㅡ

떨리는 마음으로 첫글을 올려봅니다

다시 꿈꿀 수 있을까,와

다시 꿈꾸어도 괜찮을까,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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