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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오후 Feb 17. 2020

앗! 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이라니_찬또배기 입덕_미스터

눈 내리는 아침입니다. 작은 책상을 눈 내리는 걸 잘 볼수 있는 창가로 옮기고서 글을 씁니다

귀한 눈이네요. 딱히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반가웠습니다. 지금도 내리고 바람에 흩날리다가 잠시 맘췄다가 다시 내리네요.


월요일입니다. 저는 곧 목요일이 오는 것 같아 좋습니다. 인생에는 절묘한 타이밍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 타이밍은 운명이 될 수도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지루한 겨울 동안 변화없는 창밖의 풍경에 지치고, 하는 일은 고만고만하고, 머리속은 넘치는데 현실에서는 한 발짝도 못 나가는 것들. 날이 좋지 않아서 외출도 자유롭지 않은 요즘 저를 위로해 주는 것은 바로 <미스터 트롯>입니다


사실 전작인 미스 트롯은 한편도 보지 못햇습니다. 심지어 스타 송가인 씨의 노래는 제대로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미스 트롯이 시작하는 밤 10시대는 저는 대부분 잠 자는 시간이기 때문에 애초에 저와는 인연이 없는 프로였습니다.

우연히 미스터 트롯 신동부 단체 경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신동부의 <내 마음 별과 같이>의 경쾌하고 귀엽고 깜찍한 무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남자 트롯의 노후화로 이미 매력을 잃어버린 트롯에의 부활이 예고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한번 빠지면 몰빵하는 스타일이라 방송을 안 하는시기에는 유튜브로 곡을 재삼재사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옛날 같으면 테이프가 다 늘어져서 음성 변조가 생기고도 남을 지경으로 무제한 데이터를 동원해서 틈만 나면 듣게 되더라구요.

그러다가 본방 사수하던 중 이미 청국장 보이스로 유명해진 찬또배기 이찬원을 보고 정착을 하고 오늘은 카페에 가입까지 하게 되네요. (수찬아, 잠시나마 행복했어. 네가 싫어진 건 아니야^^;;)

이번 단체미션 청춘 주제는 단연 경연의 백미였습니다. 아직 한창 청춘인 그들이 부르는 청춘에 제 한 생애가 파노라마처럼 흐르는 감동을 맛보았습니다. 


아 청춘~~ 

정말 인생 잠깐입니다. 80년대 경춘선 철로 주변에서 <김수철의 노래>를 들으면서 엠티를 다니던 새내기 시절, 무수히 선택과 열정을 강요받았던 20대에는 차라리 나이를 먹어버려서 어떻게든 정해진 궤도로 살고 싶다는 바람까지 했던 시절에 듣던 <청춘>, 그 청춘에는 일말의 포기와 타협을 녹아냈었다. 또 예기치 않게, 계획에 전혀 없이 중한 병에 걸려 멈춰버린 고장난 벽시계 같은 시간들을 보내고. 

그러고 나서도 어찌어찌 마음 다잡고 살아가는 동안에 훅 들어온 <희망가>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은 무엇인가,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니 족하냐, 모두가 다 덧없다는 그 가사가 왜 그리 가슴에 박히던지.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인생, 그저 주어진 환경 조건 거스르지 않으며 순응하며 자연처럼 물 흐르듯이 사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것인지. 한밤중에 웬 신파? 같은 느낌조차.

사실 이런 노래들은 익히 알고 있던 노래고 노래방에서 한두 번 뽑아보기도 한 노래인데 잘 차려진 무대, 한편의 뮤지컬 같은 기힉으로 만져지고 젊은 성대를 울려나오는 감성 모두가 어우러져 저에게 훅 들어온것 같습니다. 인생 뒤돌아 보기 쉽지 않네요.


이런 절묘한 타이밍을 만나는 건 쉽지 않지요. 마주쳤지만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도 있고. 제가 이런 타이밍을 제공한 적도 있었습니다. 2년전 두번째 <원데이 원힐링 다이어리>를 만들던 때입니다. 책을 만들다보면 아무래도 욕심이 나서 이것저것 더하기도 하고 기왕에 정해진 것도 다시 의심하여 보고또보고합니다. 가출력본을 가지고 인근 카페에서 다시 점검하는데 함께 있던 분 중에 한 분이 울컥하십니다. 

조금 덧붙여서 얘기하자면 그분은 당시 사업상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이라 외출도 거의 안하고 두문불출하던 중이었습니다. 온힘을 다하여 위기를 돌파하고 정상화하려고 전력을 다하는 중이었습니다. 잠시 들른 곳에서 저희 다이어리 6월 화보를 보게 된 것입니다.


이 부분은 사실 옛날 달력에 잘 나오는 식상한 사진으로 보였는데, 거기에 한발짝만 내딛어도 걱정은 가벼워진다,라는 문구를 함께 넣으니 민들레 홀씨는 한없이 가벼움으로 마음의 근심과 그늘을 날리게 된다는 메시지가 뚜렷해졌습니다. 

그 페이지가 이분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면서, 정말 물질적인 도움이 전혀 없었음에도 그분은 마음의 짐을 덜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떻게든 시작만 할 수 있다면 돌파구를 찾을 거라는. 이런 순간의 힘을 저는 믿습니다. 말이 장황해졌습니다. 제가 책을 내며 집중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찬또배기 이찬원님이 저의 원픽이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유튜부를 통해 이찬원님의 노래를 듣고 드디어는 완전 팬으로 입덕햇습니다. 30대의 앳됨과 순수함을 감출 수없는 얼굴에 경연이라는 어마무시한 부담감을 안고서도 노래가 시작되면 에라 모르겠다, 불러제끼자,라는 능청스런 표정이 나오는 그가 좋습니다.


그리고 같이 경연에 참가하여승패의 부침을 거듭 하는 동료 트롯 가수들도 함께 응원합니다. 자신만의 꿈을 위해 준비하는 많은 청춘들도 응원합니다. 부디 너무 많이 힘들지 않습니다. 어느 사이 육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사람 사는 거 거기가 거깁니다. 부디 뜻을 이루시길.


잠시 다이어리 소개하는 걸 용서하시길

민들레 사진이 들어있는 힐링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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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꽃구경할 수 있는 플로럴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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