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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오후 Nov 18. 2020

김호중의 천상재회를 들을 때면


코로나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예정됐던 여행을 물리고 집안에 들어박히기 시작할 무렵 우연히 접한 미스터 트롯, 그중에서 김호중을 만난 것은 엄청난 행운이 되었다. 당시는 예상치 못했던 앞으로 장기간 벌어질 사회적 거리두기와 일시멈춤의 숨막히는 상황에서의 유일한 숨통을 틔워주었기 떼문이다.


본방사수를 하던 중 김호중의 천상재회를 들으면서 숨이 멎었다. 그리고 오래전 노래방에서의 친구가 떠올랐다. 일본에서 살다 잠깐 다니러온 친구와 함께 만났는데 반가운 만남은 점심을 먹고 밀린 근황으로 수다를 떨고 노래방까지 이어졌다. 각자 마이크를 돌리며 한 곡씩 부르는데 한 친구가 내가 목청이 좋으니 천상재회를 불러주면 좋겠다고 한다. 사실 노래를 그리 잘 부르지는 못한다. 하지만 노래방에 가서 큰소리로 부르면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는 것 같긴 했었다.

사실 천상재회는 나에게는 별 의미가 없던 노래였고 가사도 새겨듣지는 않았었다. 노래는 절정으로 치닫고 나는 별 기교도 없이 소리를 내질렀다. 그런데 나에게 노래하라고 했던 친구가 언젠가부터 흐느끼기 시작했다. 당황했지만 멈출 수가 없어 노래를 다 불렀다.


친구는 죽은 남편이 생각날 때마다 이 노래를 듣는다고 했다. 남편을 병으로 일찍이 떠나보내고 홀로 어린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홀로 된 몸에 팍팍한 생활을 하던 친구에게 이 노래는 남편이 그리울 때마다 위로를 주던 터였다. 

사실 목청이 크다고는 하지만 내 노래솜씨는 그닥 좋지 않다, 목청 큰 내 목소리를 빌려 그동안의 고됨과 서러움을 묻혀 날려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어린 아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절대 내색할 수 없었던. 나는 내가 잘 부르지 못해서 정말 미안했다. 김호중의 노래를 들으면서, 지금은 그 친구가 원없이 위로받고 있겠구나 싶다.



사실 음악은 가장 큰 위로이다. 아무말도 필요없는.

내 마음을 헤아리고 절절이 보듬어주는 선율, 그 선율에 마음이 풀린다. 사실 힘든 상황일 때 위로는 큰 힘이 되지만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그 위로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풀어가도록 마음을 다잡고 용기를 내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위로를 구하는 일조차 구차해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 내 마음에 와닿는 음악이 백마디 말보다 위로가 된다.

유방암을 진단 받고 절망스러운 마음으로 헤맬 때, 내 진단 사실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할 때, 라디오에서 무심히 흘러나오는 음악은 위로가 되었다. 말하지 않아도 다 헤아려 주는. 이후 항암을 하거나 운동을 할 때도 음악을 가까이 했다. 내 마을을 헤아리는 음악이 꼭 곁에서 나를 지켜봐주는 것 같았다.

김호중의 노래는 단지 잘 부르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마음을 위로하는 힘이 있다. 마음에 가 닿는 것을 너머 그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 고 하는데 음악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 주라고 김호중에게 노래의 재능을 준 건 아닌지. 고맙소에서 그동안 무심코 당연하게 받았던 모든 것에 대해 새삼 감사를 느낀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나 또한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게끔 언행 하나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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