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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오후 Jan 22. 2018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원데이 원힐링 다이어리> 협찬합니다

유방암을 진단받기 전 매일매일이 너무도 바쁜 나날이었다.

종일 외부에서 일을 하고 끼니도 이동중에 김밥으로 떼우기 일쑤고

저녁에 집에 들어와서는 폭풍 밥을 입에 쑤셔넣고 쓰러져 자거나

새벽까지 다음 일을 위해 컴퓨터에 앉아 있곤 했다.


그땐 잠시나마 짬을 내서 내가 왜 이러구 있지? 하는 생각해볼 엄도도 못 냈던 것 같다

그냥 벌여 놓은 일이니 습관적 관습적으로 일을 해치운다고나 할까?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를 생각하는 건 사치 같았다.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 같던 내 삶은 유방암 진단으로써

강제로 정지되었다.


더 이상 고쳐서 달릴 희망조차 찾기 힘든 유방암 간전이 4기.

브레이크가 걸린 뒤에도 제동거리만큼은 달려야 해서 

항암가발을 쓴 채로

나의 폭주 인생은 정리했다

이후 외부와 격리되어 모든 희망을 놓아버린 무기력한 투병이 시작되었다


일할 때는 아침 출근 무렵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행에 나서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주치의는 투병시에 한 시간 산책은 약물 치료보다 좋다고 했다 

항암주사를 맞고 온 날은 기를 쓰고 산에 올랐다.

추위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암을 가슴에 품고 있는데 

추위쯤이야.

이런 나를 보고 가족들은 잘했다며 나를 격려했지만

내 입에서는 산행은 내게 생존이야, 칭찬 받고 말고할 게 아니야, 라고 냉소로 반응했다.


생존이라지만 매일 홀로 걷는 산행은 지루하고 서러웠다.

백마디 말이 필요없는 상황에서 음악은 내게 유일한 위로였다.

아침에 식구들이 각자의 생활터로 나가면 나는 산을 올랐다.

나의 삶의 터, 생활터는 거기니까.

아무런 시간 제약 없이 걷는 산행길은 늘 눈물바람이었다 

그나마 위로가 됐던 건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사연과 음악이었다

혼자 걷고 있지만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해주었다

산에 들어서면 막 비춰오는 햇살과 아침 나절의 조용하고 잔잔한 음악들...


사연 간간이 섞여 들리는 환우들을 위한 위로와 격려의 사연들

나에게로 향하는 것도 아닌데

그 멘트들이 나는 좋았다.


시간이 흘러 감사하게도

나는 완치, 완전관해라는 처방을 받았다

나를 치유한 건 8할이 산행과 음악.

그럼에도 지금도 그시간 산행을 가장 큰 기쁨으로 삼고 있다

그 프로는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다.

원데이 원힐링 다이어리를 출간한 후

투병하는 환우들에게 나눔하고 싶다고 사연을 보냈는데

잘 받아주어서 오늘부터 일주일간 협찬하게 되었다.


유방암 이야기 카페의 많은 환우들이 이 다이어리를 보고 꼭 필요한 거라고 칭찬하고

오히려 더 많은 위로를 보내주었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돈이나 경제적인 가치와는 비교가 안 되는 

치유의 기운을 보내주신다


부디 잘 관리하셔서 건강하게 원하는 삶을 누리길 바란다

이 시간에도 힘든 치료과정에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께

기운 내시라고 다 지나간다고 말하고 싶다


오늘도 감사하고 행복하게 하루를시작한다

나는 오늘 만큼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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