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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오후 Feb 07. 2018

마음이 지옥입니다

추위와 함께 온 얼어붙은 마음 유랑기


하지만 지금은 지옥 탈출입니다

날씨가 어마무시하게 춥지요

오늘 오후부터 풀리기는 한다는데 

요즘 추세로 본다면 오후가 돼봐야 알 것 같아요


마음이 몸의 지배를 받는 건지

몸이 마음을 지배하는 건지

몸 이 안 좋으면 기분도 쭈구리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어깨춤이 절로 나는 게 

다 상관이 있나봅니다


요즘, 사실 6개월 전 부터 다이어리 준비하느라

정신이 빠져서 관리를 한다 해도 소홀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물리적인 시공간은 한정돼 있는데

다 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내 몸도 건사하기 힘든데

님 몸은 님이 챙기시길....

라고 하셔도 할말 없습니다만  잠시  살아나니 

수다 본능이 살아나...그간의 근황 정리합니다


일단 지난주 내내 감기를 달고 살았습니다

감기도 안 떨어지고 약을 먹으니 장 순환도 마땅치 않아서

배변도 힘들었습니다

 배변이 힘드니 먹는 것이 고통이지요

날도 춥고 운동도 자유롭지 않아 

변비약의 도움을 받노라니 죽을 맛입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격으로 요로 방광 통증까지

항암시 한번 겪은 것이 요즘 빈번해지면서 신경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요로 염증으로 항생제 먹느라 정말 고생했습니다

하 ~이번에는 소변 검사상으로 염증 소견이 없는데

방광 통증이 너무 심해서 잠을 못 잘 지경입니다

급한대로 타이레놀 처방으로 임시방편했면서

비뇨기과 협진을 받는 데 10일 걸렸습니다

그나마 다행으로 여긴 것이 비뇨기과 암세터가 

아니고 일반 비뇨기과로 연결이 되어

암은 아닌가부다, 하면서 안심한 겁니다

그간의 고생은 말할 수 없지요

한마디로 마음이 지옥이지요


이렇게 원인 모를 증상으로 통증을 겪다보면

자연스레 원 고질병 암에 대한 의심이 증폭됩니다

-- 뭐야, 이거 암 재발이야? 전이야?

귤 많이 먹어서 생긴 손 노란 현상도

간수치 의심해보고

이때부터 마음은 지옥을 헤맵니다.

혼자서 소설책 10권을 씁니다

타이레놀로 진정이 돼다가도 불쑥불쑥 떠오르는 떨치지 못하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


그렇다고 해서 이 요도 방광 통증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기는 싫었습니다

무언지 모를, 짐작도 못할 어마어마한 것이 튀어나올까봐서지요


어쨌든 결론은 일단 안심입니다

어렵사리 예약해서 받은 비뇨기과 담당샘이

염증 소견이 약간 있지만 의심갈 만한 특이점이 안 보인다,

항생제 좀 먹어보고 소변 편하게 보는 약 처방하고

지켜보자십니다

최근 검사 자료에는 이상 소견이 안보이는데

방광을 불편하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지만

그리 염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과연 처방 받은 약을 먹으니

많이 좋아졌습니다


몸이 좋아지니 마음도 자연 풀어집니다

몸이 아플 땐 음악도 귀에 안 들어오더니

지금은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를 종일 듣고 잇습니다


어쩌겠어요, 아프면 아픈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그에 맞춰 치료하거나 관리하면서 살아야겠지요


진료실 밖에서 굉장히 불편해 보이는 분을 뵈었습니다

자리를 비우며 편히 앉으시라니

-원래 아파서 편하게 못 앉아, 이러구 살면 뭐해. 하시는 겁니다

얼마나 힘드시면 그런 말을 하실까, 손잡아 드리고 싶었지만

놀라실까

-= 병원에 오셨으니 좋아질 거예요, 하고 나니

꼭 그분을 향해서가 아닌 

나에게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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