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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오후 May 14. 2018

너를 위해 꽃 피웠어!

5월 12일 탄생화 라일락

내게 있어 꽃은 향기다.

심미안이 없어 꽃은 다 예뻐 보인다.

큰 것은 커서 이쁘고 작은 것은 쪼매나 해서 이쁘고

빨간 것은 빨개서 이쁘고...

이름 모를 들꽃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자태를 드러내 나를 즐겁게 한다.


향기로 제일가라면 단연 아카시다.

두번째로 내게는 라일락이다.

봄날 어느멘가 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분명 아카시는 아닌데

좀더 찌르는 향내가 나서 올려다 보면

보라색 꽃 무데기들


향기가 진하군... 하 넘기던 곳인데

어느 날 친구가 나를 잡아 끌어 그 나무 아래로 갔다.

다짜고짜 꽃잎을 뜯어내 먹어보라는 것이다.

-- 엥? 꽃을 왜?

당연 맛은 ?

-- 아, 써ㅠ 퉤퉤퉷!!!

친구는 진지하게 이게 바로 첫사랑의 맛이란다.

이런, 어제 미팅에서 채였군. 첫사랑이 온사랑이 된 이들은 어쩌라구


그 이후로 라일락 나무의 향기는 분명히 기억하게 되었고

꽃 모양이나 근거없는 전설, 첫사랑의 아픈 맛까지 각인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기억은 이야기, 스토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 같다.


꽃뜨락 간 <366일 탄생화 5월>에서



그런데 이런 꽃이 무려 366여 개나 있단다.

날마다 탄생화라는 거다.

비뚤게 보면 상술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탄생석보다는 얼마나 저렴하고 고상한가.


내가 태어난 날, 나를 위해 어디선가 꽃 한 송이가 꽃을 피웠다는 건

아무리 야박하게 생각해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대접 받는 느낌이다.


꽃 한 송이 가격이 탄생석, 보석보다야 훨씬 부담 없을 테니

첫사랑의 쓴맛을 알려준 라일락은 5월 12일 이란다.

그러고 보니 나의 첫사랑은 무참히도 쓴맛을 남기고 사라진 터.

나에게는 맞는 말이다


라일락의 꽃말은 <사랑의 싹>이다.

그 친구의 궤변이 아주 엉터리 없지는 않았군.

아침 블로그 친구에게서 날아온 포스팅 하나가 40년을 건너

20살 꽃 같은 시절을 불러왔다


이 친구 우직하다.

오직 그리고 싶다는 일념으로 몇년째 탄생화를 그리고 있다.

매달 1권씩 1년치 탄생화를 내는 게 꿈인데 이제 절반 가량 완성한 듯하다.

단순 꽃만 그린 게 아니라 요정과 어우러진 동화나라도 연출하고 있다.

각각의 꽃마다 표정과 자세가 다 달라 그림도 그림이지만

그 상상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다달이 나오는 탄생화를 사서 격려해 주는 것뿐이다.

끝까지 무사히 마치도록 묵묵히 가끔 커피 사주면서 지켜봐야지.

366일 탄생화를 더 보고 싶으면 따라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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