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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오후 Jul 15. 2019

마치 작가처럼_자장면에 관한 단상

작가들은 글감 하나를 만나면 어떻게 이걸 글로 쓸까 상상하고 궁리한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나는 반 작가다. 어제 자장면을 먹으면서 자장면에 관한 얘기를 쉴새없이 쏟아냈다. 


오늘의 글감은 자장면이다.

자장면? 짬뽕?  당연히 자장면이다. 난 국물음식을 별로 안 좋아한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자장면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전화를 들어 주문하면 되는 일을 가지고 왜 이런 야단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 사정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나는 거의 집에서 생활한다. 일도 집에서 하고 글도 집에서 쓰고 협업할 때만 밖에 나가는 구조다. 자장면이라는 것이 맛집처럼 찾아가서 먹기보다는 배달 위주의 영업이 주라, 집에서 달랑 한 그릇 시켜 먹기도 그렇고 방문해서 먹기는 주방이며 홀이며가 손님 접대용이 아니기가 쉽다. 그래서 내게는 가까우면서도 가깝지 않은 음식이다.


자장면이 시대의 물가 척도로 사용되는 것은 뉴스에도 종종 나온다. 60년대는 얼마 지금은 얼마 하면서.


내가 자라던 시절은 먹을 것도 흔하지 않은 시기고 배달이나 외식은 꿈에도 생각 못하던 시절이다. 기억 속의 첫 자장면은 중학교 졸업식 끝나고 엄마랑 학교앞 중국집에서 달랑 자장면 한그릇 먹은 것이다. 일을 하시던 엄마께서 그래도 졸업식이라고 일을 접고 오신 것만도 송구한데 중국집에서 자장면까지 사주신다니 춤이라도 춰야 할 신나는 일이지만 당시 자장면 값과 장녀로서, 큰 언니로서 동생들 두고 혼자 먹어야 하는 부담감에 제대로 먹지 못한 듯하다.  


두번째는 대학시절, 독서 동아리 모임 마치고 늘상 변함없이 대학로 근처 중국집에서 뒤풀이를 하였다. 다른 맛있는 것이 없던 시대인 건지, 방 하나 잡고 퍼질러 앉아 먹고 노래 부르고 문 닫을 때까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이후 직장 생활하면서는 점심 시간마저 아껴써야 하는 바쁜 일과중에 배달 음식으로 한끼 때우는 역할이었다. 미팅 나가서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먹는 음식, 자장을 입가에 묻히고 먹는 모습이 이쁘지 않으니 정을 떼겠다는 속셈인듯.


최근에는 자장면 때문에 실수 아닌 실수를 범했다. <그 밥은 어디서 왔을까>를 편집하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화제가 자연스레 생애 잊지 못할 음식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 내게는 친정엄마가 좋아하시던 오이지였고, 상대방은 자장면이라 했다.

이혼하고 떠나가신 엄마가 마지막으로 사주신 음식이라고. 가슴이 먹먹해 온 건 상대나 나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자장면으로 기억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어떨지를 짐작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서 이제는 자장면 하면 그분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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