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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오후 Feb 27. 2019

젊은 날의 초상

Out of Africa, Mission, Manon des Source

딱히 영화라는 장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디테일한 묘사가 잘 된, 잘 쓰여진 한편의 소설이 좋다.

책은 시간을 들여서 꼼꼼하게 보지만

영화는 시간이 남아돌지 않으면 

시간을 때우려는 속셈이 없으면 좀체로 안 본다.


하지만 세월을 살아온 연식이 있으니 웬만한 영화는 거의 다 본듯하다.

다 봐도 그다지 내용이나 줄거리가 남지는 않지만

책도 그렇다. 당시는 빨려들 듯 몰입해서 봤음에도 책장을 덮고 두어달 지나면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그렇다고 해서 두번씩까지 보는 정성 따위는 없다


그런에 왜 갑자기 영화냐고?


주로 혼자 일하는 처지에서 깨어있는 온시간 집중해서 일하는 건 말도 안되고

주로 음악을 틀어놓고 일하는데

말이 섞이지 않는 클래식 연주 음악을 듣는게 보총이고

오후 졸음과 지루함이 몰려오는 시간에는 영화음악을 찾아 듣는다.

요즘 세사잉 좋아져서

유투브 잠깐만 뒤지면 원하는 음악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잇다

영화 음악인 경우에는 멋들어진 장면까지

누군지 모를 많은 이들에게 감사가 절로 나온다,

게다가 한번 재생한 곳은 자옫으로 플레이 리스트가 된다.

다음에 단박에 찾아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원고작업이 빡빡한 지금, 다른 말로 음악을 많이 듣는다는 말이다.

음악 속에서 자꾸 20대의 내가 보인다.

그 영화를 보던 당시 배경이 사진을 보듯이 떠오른다.


아, 감성은 그대로인데 나는 이만큼이나 세월을 흘러왔구나.


Out of Africa, Mission, Manon des Sources


이 영화를 본 것이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이때가 1986년인데

그 당시 유일하게 본 영화들이기 때문이다.

당시에 명작이라고 마구 추천되기도 했었고

영화관 관람이 취미가 아닌 터라 꼭 필요한 가야 할 이유가 있어서 간 듯하다.


86년이면 대학 졸업후 출판사에서 팍팍하게 열정페이로 일하던 때다.

시국은 여전히 어수선했고

남는 여가 시간도 그달리 없었던 시절인듯.

십중팔구 일요일에 영화를 봤을 것이다.

출판사라는 게 늘 업무가 과다해서(적은 인원 최대한 쥐어짜던 곳이다)

평일에는 도저히 시간이 없었을 뿐더러 토요일까지도 야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중 최고봉은 미션이다.

가브리엘의 오보에 연주, 간간히 기억나는 장면들

섣부른 리뷰는 접고 궁금하신 분은 한번 보고 있는 그대로 감동을 느끼시길.

아웃오브 아프리카, 두 남녀 배우를 기대하고 본 영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왜 메릴 스트립을 못 생겼다 했는지 아직도 이해 안 됨.

마농의 샘도 잘 봤다. 호암아트홀 막 생기고 나서 

요새말로 예매를 잘 못 받아서 

좌석 못 받고 통로에 앉아서도 군소리 없이 봤다

그만큼 몰입해서 봤다.


이 영화들은 굉장히 큰 화면이 있었던 대형 영화관에서 봤는데

요즘 가는 영화관은,멀티플렉스라나, 뭐라나, 너무 작다.

차라리 집에서 보는 게 나을 듯,


초등학교 때 대한극장에서 화면을 뚫을 듯이 상영하던 

벤허의 기억을 초월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혹시 첫기억이 너무 강렬하다 못해 왜곡돼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졸음을 피하려 횡설수설한 쓴 글이지만

도한 한 시절의 기록이 될 것이므로 남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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