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기는 안전한 거 아니었어?

생명을 품고, 키우고, 마주하기까지의 여정

by 글루



16주에 2차 기형아 검사를 했다.



꼼지의 발가락과 손가락이 하나하나 다 보였다. 매끈한 척추와 둥그런 머리뼈, 팔딱팔딱 뛰는 심장....

내 배 안에 작은 사람이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꼼지의 모습 하나하나를 찍어 주셨다. 엄마 뱃속이 포근한지 꼬물거리는 모습이었다.


아직 배가 많이 튀어나오지 않았지만 너는 온전히 내 안에 있구나.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형아 검사 결과를 기다렸지만 의사 선생님께서는 별말씀이 없으셨다. 안 알려주신다는 건 정상이라는 의미겠지?




각도법 카페에서 꼼지가 아들 같다는 답을 받았다. 내심 딸을 기대했었는데 머리가 쭈뼛섰다. 그래도 확실한 건 아니니까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자고 다짐했다. 16주에 초음파를 보시던 의사 선생님께서는, 내가 따로 묻지도 않았는데 아들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여기 보이시는 게...”

“설마 그건가요?”

“아, 네.”

“반전은 없을까요?”

“없을 겁니다.”


늘 확률을 들어 사실 기반만 설명하시던 의사 선생님께서 확신의 어조로 말씀하시다니. 꼼지가 아들임을 알고 나자 살짝 어색해졌다.


엄마가 좀 서투를지도 몰라.









2차 기형아 검사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서 쉬었다. 이제 16 주니 임신의 안정기라고 불리는 중기에 들어섰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태교 여행지를 찾아보았다. 임산부라 많이 걸을 수 없을 테니까 휴양지인 나트랑을 가기로 했다. 유튜브에서 나트랑 관련 영상을 하나하나 다 살펴볼 정도로 내 마음은 아주 들떠 있었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나라에서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어야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길거리는 색색이 반짝이는 전구들과 따뜻한 가족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나도 크리스마스이브날 남편과 산책을 하며 빛 축제를 즐기고 저녁으로 고기를 왕창 먹었다. 이제는 둘이 아닌, 셋이서 맞이하는 기쁨이었다.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부터 배가 너무 아팠다.

아침으로 국수를 먹고 산책을 하는데 배가 너무 아파서 길에 주저앉았다. 더 이상 걸을 수 없어 급하게 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처음으로 누워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 첫 소변에 피가 나왔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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