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품고, 키우고, 마주하기까지의 여정
남편과 1박 2일로 대구여행을 가기로 했다.
출산을 한 모든 친구가 임신일 때 즐겨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기 때문에 급하게(?) 여행을 계획했다. 사실 전날에는 대전을 가려고 했었다. 임산부 ktx 할인 혜택을 받아 대전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빵을 잔뜩 살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날에 예약을 하려다 보니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결국 대구로 가게 되었다.
처음으로 서문시장에 갔다. 생각보다 맛있고 신기한 음식들이 많았다. 서서 먹은 납작 만두는 기름에 지저 아주 고소하고 맛있었다. 냉동으로 팔길래 한 팩 사 오려고 했는데 분식과 국수와 이것저것 먹다 보니 까먹고 시장을 나왔다.
오후에는 동성로를 돌아다녔다. 오래 걸을 수 없어서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스파크랜드를 방문했다. 계획 없이 온 여행이라 구경이나 할 겸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놀거리가 많아서 놀랐다. 임신 중이라 액티비티를 대부분 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다음에는 출산하고 방문해서 남편과 격렬하게 즐기고 싶었다. 아쉬운 대로 위에 있던 관람차를 탔다. 어두워지는 대구 시내가 한눈에 다 보였다. 원래 관람차를 즐겁게 타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무서웠다. 관람차 내부에 노래방 기계가 있어 노래를 하며 무서움을 이겨냈다. 뱃속에 꼼지가 있어서 무서웠던 걸까?
나는 비위가 약하다.
해물은 대부분 못 먹는다. 초밥도 못 먹고 미역국도 못 먹는다. 날 음식도 못 먹는다. 내장도 싫어한다. 살코기를 좋아한다. 남편은 나랑 입맛이 반대라서 그 점을 아쉬워했다. 서로 좋아하는 음식을 각자 사서 먹을 때도 많았다.
그런데 꼼지를 임신하고 나서 처음으로 당긴 음식이 순대전골이었다. 뜨끈뜨끈한 국물에 순대를 호호 불어 배가 터지게 먹고 싶었다. 남편은 웬일이냐는 표정으로 밤에 나를 데리고 집 근처 노포 순대전골집에 갔다. 그때 먹은 순대전골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그리하여 이번에 처음으로 막창에 도전해 보았다. 막창이라면 징그러워서 입에도 안 댔는데 대구는 워낙 유명하여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막창을 좋아하는 남편은 내가 막창을 먹자고 하자 기분이 좋아서 입꼬리가 광대까지 올라갔다. 저녁이 되자 막창거리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유명한 막창 집에 대기를 거니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주변 옷가게에서 옷도 구경하고 나는 오래 서 있으면 안 되어서 근처 계단에 박스를 깔고 앉아서 대기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입장! 막창과 혹시 몰라 목살도 함께 시켰다. 처음 먹은 막창의 맛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기름기가 많아서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가게에서 주는 장에 찍어먹으니 별미였다. 담백한 목살과 함께 먹으니 맛있었다. 막창을 입에 욱여넣는 나의 모습을 남편이 흐뭇하게 쳐다봤다.
대구를 다녀와서 남편은 내가 막창을 먹는다고 친정과 시댁에 자랑을 했다.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인가? 좋아하는 음식을 같이 즐길 수 있게 되어서 기쁜 건가?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냉동 막창을 주문하는 남편의 모습이 어린아이 같아서 귀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