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품고, 키우고, 마주하기까지의 여정
호텔에서 간단하게 조식을 먹었다.
부른 배로 밥을 먹는데 모든 사람들이 나를 배려해 주었다. ‘대구 사람들은 참으로 친절하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던 순간, 귀여운 딸아이가 와서 동그란 나의 배에 관심을 보였다.
“공주님이 들어 있어요?”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자 나는 빙긋 웃으며 “왕자님이에요~”라고 답에 주었다.
“나도 임신하고 싶다!”
크게 말하면서 엄마한테 총총 달려가는 아이를 보니 웃음이 났다.
엄마에게 잔뜩 사랑을 받았구나.
날씨가 청명하여 수성못에 산책을 하러 갔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 산책을 하면서 남편과 이야기를 하다가 네이처파크에 가기로 결정했다. 차를 타고 가는 길에 만두 집에서 맛있는 냄새와 연기가 나서 이끌리듯 만두와 찐빵을 사 먹었다. 배를 통통 두드리며 네이처파크에 입장했다.
입구에서 아기 머리띠와 동물 먹이 세트를 사서 입장했다. 우리는 아직 아이가 없지만 –정확히는 뱃속에 있다- 아기 머리띠는 세트에 포함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아기 머리띠를 남편 머리에 억지로 씌웠다. 주변에는 아기, 어린이와 함께 온 가족들이 많았다. 나중에 꼼지가 태어나면 꼼지에게 꼭 이 머리띠를 사줘야지.
네이처파크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부지가 넓어서 한참을 걸어 다녔는데 길고양이 마냥 공작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공작은 크로아티아의 공작섬 이후로 본 적이 없었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동물의 자유가 높은 동물원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람을 공격할 수 있는 맹수들은 철장에 있었지만 대부분의 동물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동물의 생활반경도 넓어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 같았다. 천천히 걸어 다니며 여러 동물들을 구경하다 보니 반나절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동물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했던가. 꼼지가 태어난다면 꼭 와야 할 곳이었다. 오르막길이 있어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 힘들어 보였지만 천천히 쉬며 가며 구경하면 좋을 것 같았다. 아기를 데리고 다니는 부모들은 조금 피곤해 보였지만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고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엄청 즐거워하고 있었다. 아이를 품고 있으면서도 부러웠다.
예전이라면 아이와 함께하는 미래를 이렇게 구체적으로 그리지 않았을 텐데.
이제 꼼지를 만날 날이 다가오니, 나의 미래에 꼼지가 항상 있었다. 이때까지의 삶도 충분히 즐거웠지만 나의 아이와 함께하는 삶 역시 그에 못지않게 흥미롭겠지. 이때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삶.
만족스러운 대구 여행이었다.